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아들 오마르 빈 라덴(27)이 24세 연상의 영국 여성 제인 펠릭스 브라운과 결혼한 후 함께 찍은 사진이 16일 영국일간 데일리 메일에 공개됐다.
2006년 9월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한 여성이 승마를 즐기고 있었다. 영국인인 그녀는 9년 전에 진단을 받은 다발성 경화증(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질병) 치료를 위해 요양 차 이집트를 자주 찾았다. 그녀의 말 탄 모습을 훔쳐보던 한 남성이 첫 눈에 반했다. 다음날 밤 둘은 함께 말을 타고 피라미드 주변을 돌며 밀애(密愛)를 나눴다.
남자는 사흘 동안 그녀에게 자신의 신분과 주변얘기를 털어놓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지난 2001년 30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9·11테러 주범으로 지목되는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고, 자신은 그의 넷째 아들 오마르(Omar) 빈 라덴이라고. 나이 스물일곱에 결혼도 했고 두 살배기 아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오마르는 연인에게 아바이야(Abaiya)란 검정색의 이슬람 옷을 선물하고 향수를 건네며 사랑을 확인했다.
오마르와 사랑을 나눈 제인 펠릭스-브라운(Jane Felix-Browne)은 영국에 돌아가서도 매일같이 7~16시간씩 전화통을 붙잡았다. 결국 지난 4월 이집트 카이로에 돌아와 오마르에게 청혼하고 결혼했다. 결혼에 앞서 오마르 부인과 전화를 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슬람교에서는 일부 다처제가 허용되기 때문에 둘의 결혼은 가능했다.
브라운은 오마르가 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카이로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예법에 따라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에는 오마르 나이 또래인 브라운의 아들이 축하객으로 참석했다. 51세인 브라운은 이번이 여섯 번째 결혼. 그동안 다섯 차례 결혼으로 세 명의 아들과 다섯 명의 손자를 둔 할머니다. 시아버지가 된 오사마 빈 라덴보다도 나이가 한 살 더 많다.
브라운이 사는 영국 몰튼(Moulton)의 주변 사람들은 브라운이 검정 옷을 즐겨 입고 흰색 재규어 승용차에 이집트 번호판을 붙이고 다니는 등 특이한 행동으로 한눈에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브라운이 이집트에서 성형한 것은 값이 싸기 때문이었으며, 술은 전혀 먹지 않고 남들 앞에 나서지 않는 날씬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다만 너무 많은 성형으로 미국의 유명가수인 마이클 잭슨 같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또 브라운이 몰튼의 단골 펍(선술집)에서 오마르와의 결혼 사실을 털어놨을 때 아무도 믿지 않고 농담으로 받아들여 웃어넘겼다고 한다.
브라운은 영국에서 오마르의 비자를 신청했다. 1년 중 절반은 영국에서 함께 살고 싶어하기 때문. 브라운은 또 오마르가 아버지와 7년째 인연을 끊고 산다며 남편을 두둔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난 오마르는 아버지 오사마 빈 라덴이 망명한 수단에서 5년간 살다가 1996년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주했다. 아프간에서 전사로 훈련받던 오마르는 싸우는 게 싫어서 2000년 가족과 헤어졌고, 그 뒤 한 번도 아버지를 본 일이 없다고 브라운은 주장한다.
브라운은 아버지 때문에 해외여행도 제대로 못하는 새 남편만큼이나 고단한 인생을 살아왔다. 1955년 11월생인 브라운은 조지 한슨(Hanson)과 베릴(Beryl) 사이에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래드클리프(Radcliffe) 지방의 랑카셔(Lancashire)에서 태어나 체셔(Cheshire)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의 본래 이름은 폴라 조이 한슨. 브라운은 아버지가 1946년 동유럽에서 영국으로 이주했으며 어렸을 때 사망한 것으로 기억한다. 어려서 맞고 자랐다고 말하는 브라운은 15세에 새 삶을 꿈꾸며 런던으로 뛰쳐나왔고, 그때 이름을 제인 펠릭스-브라운으로 바꿨다. 그리고 16세 되던 해에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유학생과 런던에서 이슬람 식으로 첫 번째 결혼식을 올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첫 남편은 빈 라덴 가족을 알고 있었고, 1970년대 초에는 지금의 시아버지가 된 오사마 빈 라덴을 런던의 한 파티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브라운은 술회한다. 첫 결혼으로 얻은 아들은 지금 33살이 된 데이브(Dave). 남편 오마르보다 6살 더 많다. 1979년에 브라운은 고향 래드클리프로 돌아와 양모 재단사인 앤서니 로마스(Lomas)와 두 번째 결혼을 해 두 아들 빈센트(28)와 딘(27)을 얻었다. 이후 결혼 과정은 분명하지는 않지만 1980년대 중반에 세 번째 결혼을 하고 1993년 2월 전자제품회사 사장인 존 웨이크필드(Wakefield)와 네 번째로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 번째이자 직전 남편은 앤드루 요만스(Yeomans)라는 17세 연하 남자였다. 요만스와는 1996년 9월에 결혼했고, 지난 2월에 이혼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첫 남편, 이슬람식 결혼식, 오사마 빈 라덴과의 조우, 연하 남편 등 브라운의 다섯 차례 결혼경력에서 오마르와 많은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도 흥미로운 인연이다.
입력 2007.07.20. 22:37업데이트 2011.05.0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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