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백패스와 단조로운 공격, 허술한 수비. 한국 축구가 졸전 끝에 아시안컵 조별리그 탈락 위기를 맞았다. 한국이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 D조리그 2차전에서 바레인에 1대2로 역전패했다. 바레인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00위, 한국은 51위다.
한국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김두현이 선제골을 넣었으나, 바레인의 살만 이사와 이스마엘에게 연속 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1무1패(승점1)를 기록, 사우디아라비아(1승1무·승점 4)와 인도네시아·바레인(1승1패·승점 3)에 이어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18일 인도네시아와 벌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8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핌 베어벡 감독은 공격의 이동국과 이천수, 미드필드의 김두현과 이호, 좌우 측면 수비의 김동진과 송종국 등 사우디아라비아전에 선발로 나오지 않았던 6명을 내보내 변화를 시도했다. 한국은 전반 4분 만에 김두현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듯했다. 김두현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이천수가 올린 공이 수비수를 맞고 떨어지자, 감각적인 왼발 발리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주도권을 잡고 추가골을 노려야 할 시간에 한국은 어이없는 경기 운영을 했다. 상대가 조금만 달려들면 백 패스로 공격 기회를 놓쳤고, 아슬아슬한 횡 패스가 이어졌다. 오히려 바레인이 2004년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알리 후바일을 앞세워 한국 문전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전반 43분 실점은 수비수들의 위치선정 실수에서 비롯됐다. 바레인은 하프라인에서 얻은 프리킥을 페널티지역을 향해 길게 띄웠고, 한국 수비의 방해 없이 살만 이사가 공을 잡은 뒤 강력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후반 초반 파상 공세를 펼치며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혔다. 후반 9분 이동국이 골키퍼를 제치고 날린 슈팅이 골문을 지키고 있던 수비를 맞고 튕겨 나왔고, 이어진 김두현의 슈팅도 수비수를 맞았다. 이후 한국은 측면에서 문전으로 길게 올려 주는 답답한 공격을 펼쳤다. 바레인은 밀집수비를 펼치면서도 한국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기습 공격으로 맞섰다. 한국은 공격수 우성용과 조재진을 투입하며 막판 공세를 펼쳤지만 소득이 없었다. 바레인은 후반 40분 김정우의 패스 미스를 가로채 이스마엘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인도네시아 이기고 사우디·바레인전 봐야
한국은 바레인전 패배로 자력 8강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최소한 조2위로 8강에 오르려면 18일 인도네시아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 그 경우 한국은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 인도네시아(1승2패·승점 3)에 앞선다. 그렇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1승1무·승점4)와 바레인(1승1패·승점3)의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레인을 이기면 사우디아라비아 1위, 한국이 2위. 두 팀이 비기면 한국과 바레인이 승점이 같아지지만 바레인이 한국에 이겼기 때문에 조 2위로 8강에 오르게 된다. 바레인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기면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골득실을 따져야 한다.
이란, 중국과 2대2
중국과 이란이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대회 C조 2차전에서 2대2로 비겼다. 중국은 전반 7분 순지아이의 선제골과 전반 33분 마오젠칭의 추가골로 2―0 두 골차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이란은 전반 종료 직전 잔디의 득점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뒤, 후반 파상공세를 펼치며 29분 네코난의 골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이란과 나란히 1승1무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4로 이란(+1)에 앞서 조 선두를 달렸다.
중국은 우즈베키스탄(1승1패)과, 이란은 말레이시아(2패)와 18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러 8강 진출팀을 가리게 된다.
일본은 14일 B조 경기에서 UAE를 3대1로 누르고 1승1무를 기록, 조 선두에 올랐다. 일본은 역시 1승1무를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에 다득점에서 앞섰다. D조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14일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결승골로 2대1로 이겨 1승1무를 기록했다. 한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인도네시아는 1승1패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