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는 세상엔, 또 다른 생명체들이 함께 산다. 산과 들을 찾아 나서는 여름방학, 도감을 들고 떠나보자. 잰걸음으로 빠르게만 움직이느라 미쳐 살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생명체들을 꼼꼼하게 만나보자.
사전처럼 자세하고 정확한 도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 식물 도감'(예림당)은 김태정 박사가 30여 년 동안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우리 땅을 누비며 토종 식물을 조사해 기록한 책이다. 생생한 사진과 식물 이름, 분포지, 높이, 뿌리, 줄기, 잎, 꽃 피는 시기, 열매 맺는 시기, 쓰임새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겼다. 계절에 따라, 꽃 색깔에 따라 아이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별도의 '찾아보기'를 두었다.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풀 백과사전'(현암사)은 숲 박사로 알려진 이유미·서민환 박사가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식물 530여 종(풀 280종, 나무 250종)을 수록한 백과사전이다. 어린이들이 자연의 기초를 배울 수 있도록 계통에 따라 식물을 나눈 게 특징. 식물의 전체 모습, 뿌리·줄기·잎·꽃·열매 등의 부분의 모습 등을 다양하게 보고 구분할 수 있도록 720여 컷의 생생한 컬러 사진이 들어 있다.
'갯벌탐사 도감'(예림당)도 유용하다. '쓸모없는 바닷가의 땅' 쯤으로 생각되었던 갯벌, 그러나 요즘에는 그 기능과 가치가 새로 밝혀지고 있다. 농경지와 바다보다 약 3배에서 20배의 생산성을 가졌다는 갯벌, 그 갯벌은 우리 아이들에게 아주 신명 나는 자연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가까이 생활하며, 갯벌사랑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매년 해양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 김종문씨가 체험 활동 경험을 토대로 꼼꼼하게 갯벌을 안내한다.
'야생동물 흔적 도감'(돌베개)는 저자들이 6~8년에 걸쳐 직접 취재하고 기록한 야생 동물의 흔적들, 사진과 삽화를 함께 실었다. 야생 동물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만큼 배설물, 발자국, 먹이 흔적, 털 등의 흔적을 통해 야생 동물의 삶을 알아가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된다.
세밀화로 그려 더욱 사실적인 도감
꼼꼼한 조사와 정성스런 세밀화로 만든 보리출판사의 도감들은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는 것과는 또 다른 친근함을 안겨준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은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 실린 식물 가운데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식물 160가지의 생태를 세밀화로 그렸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은 우리 주변에 있는 160종의 동물의 모습을 세밀화로 보여준다. 눈으로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이라 털끝 하나까지 따뜻한 느낌이 스며 있을 정도다.
'나무도감'은 425점의 원색 그림과 85점의 흑백 그림이 담긴, '나무 백과사전'이다. 식물학 용어를 쉽게 풀어 써서 초등학생으로부터 중·고등학생 어른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다. '세밀화로 그린 곤충도감'은 세밀화 231점을 통해 곤충의 생태를 사진보다 더 명확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치 지금 움직이고 있는 듯한 곤충의 모습이 돋보인다. '세밀화로 그린 도토리 갯살림 도감'도 갯벌 놀러 갈 때 들고 가면 좋다. 바닷물에 덮여 있다가 썰물이 되면 얼굴을 드러내는 갯벌. 게와 조개의 집이 되어 주고, 자연의 정화조 역할을 하는, 어머니 같은 땅 갯벌에서 오밀조밀한 생태계와 만날 수 있다.
'세밀화로 그린 동물 흔적 도감'은 발자국, 똥, 먹은 자리, 보금자리, 쉼터 등 남겨진 흔적을 통해 그 동물을 추적한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젖먹이 동물에 대한 지식을 알아보기 쉽도록 분명하고 정확하게 표현한 정보 그림책이다.
재미난 이야기책으로 다시 만나는 도감
'한병호 선생의 미산 계곡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보림)가 대표적.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 강이 시작하는 미산계곡. 그 맑은 물 속에 반가운 우리의 민물고기가 산다. 갈겨니, 피라미, 돌고기, 모래무지, 새코미꾸리, 참종개, 돌상어, 참마자, 배가사리, 쉬리…. 우리 민물고기들에 대한 생태백과이다. 또한 자연탐사에 나선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구와 탐사의 자세까지 꼼꼼하게 알려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물가의 갯버들, 수액을 내어 놓는 고로쇠나무, 굽이굽이 소리 높이는 계곡물, 푸른 잎을 내기 시작하는 나무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숨길 수 없는 감동이 한 편의 이야기처럼 흐른다.
'리네아의 이야기 2-꼬마 정원'(미래사)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도감을 들고 나가 자연의 또 다른 생명체들과 맞닥뜨리면, 그림 속 존재와 비교하고 그 정체를 확인한 순간 신이 나서 '우와!' 하고 감탄한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 있던 자리로 돌아오면 여전히 무심해지는 건 아닐까? 이 책은 동물이나 식물의 모습과 생태를 그대로 알려주는 도감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이 변하는 모습을 기록한 1년의 관찰일기라 하겠다. 아이의 생활 주변에서 만난 자연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화관 만들기, 꽃 말리기, 딱총나무꽃으로 음료수 만들기, 크리스마스 선물 만들기 등. 자연과 재미난 놀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