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사고를 당한 캄보디아 여행상품은 4박6일 일정의 59만9000원짜리였으나, 비슷한 여행상품이 27만원대까지 판매되는 곳이 있을 정도다. 〈본지 6월27일자 보도〉

이번에 사고가 난 하나투어의 캄보디아 여행상품은 1인당 59만9000원. 상품을 판매한 하나투어측은 "다른 상품들과 비교할 때 저가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원가내역서를 살펴보자. 국제선 항공요금 23만8000원, 캄보디아 국내 항공료 4만원, 국내 여행사 마진 4만원, 대리점 수수료 5만3000원이다.

그렇다면 남는 돈은 12만원. 이 돈으로 4박6일간 특급호텔 숙박료, 식사, 앙코르와트를 비롯한 관광지 입장료, 차량, 발 마사지, 보험료를 해결해야 한다.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여행상품의 경우 전체 상품 가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제선 항공요금부터 보자. 분명히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62만4000원이라고 적힌 왕복항공료를 하나투어측은 어떻게 23만8000원으로 해결했을까?

답은 단체 할인요금에 있다. 항공사들은 그룹(15명 이상)에게 미리 좌석을 판매할 때 대폭 할인해 준다. 이 티켓은 날짜 변경이 안 되는 것이다. 항공사 입장에선 빈 좌석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여행사로서는 싸게 항공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캄보디아 씨엠립의 경우 대한항공은 24만원대, 아시아나항공은 33만원대의 요금으로 여행사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중국 베이징까지의 정상요금은 60~70만원선. 하지만 여행사에서는 24만원 선에 구입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3~4월의 경우 북경은 19만원, 천진은 17만원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단체로 티켓을 구입할 경우, 15명마다 나오는 FOC(Free Of Charge)라는 무료항공권이 ‘마술’을 부린다. 무료항공권은 여행 행사를 진행하는 T/C(투어컨덕터·여행의 출발에서 도착까지 안내하며 책임지는 사람)가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티켓을 일반 손님에게 적용해 단가를 낮추는 경우도 있다. 최근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원모(70)씨는 “여행사측에서 우리 부부에게 무료항공권을 적용했다고 알려준 뒤 마일리지가 적립되지 않는 데 대한 보상으로 현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때는 ‘하드 블럭(hard block)’이 저가 패키지 경쟁의 주범으로 몰린 적도 있다. ‘하드 블럭’이란 특정 여행사가 특정 구간의 좌석 수요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요금을 미리 선납하는 것을 말한다. 성수기에 좌석을 미리 확보해 고가의 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고, 다른 여행사에 프리미엄을 받고 넘기기도 한다.

문제는 비수기다. 여행 비수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좌석을 받은 여행사는 상품가격을 상식 이하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드 블럭’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 자주 지적되자 국적항공사들은 폐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올해 초부터 폐지했고, 아시아나 항공은 오는 8월말부터 ‘하드 블럭’ 시스템을 폐지할 예정이다.

◆여행업계 ‘떠넘기기’식 유통구조

관광상품을 파는 여행사는 대형여행사와 일반여행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정작 관광객들이 어디를 어떻게 돌고 어느 호텔에서 자고 하는 식의 상품 구성을 하는 회사는 ‘랜드’사라고 한다. 랜드사가 상품을 구성해서 각 여행사에 소개하고, 여행사는 그 상품에 국제항공권 등을 엮어서 여행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내놓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객(손님을 모으는 것)이 15명 이상 돼야 여행사로는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여행사들은 랜드사에 현지 진행비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캄보디아 여행상품에서 보듯이 항공료 등을 제하고 남는 돈은 12만원. 랜드사는 이 돈으로 4박6일간 특급호텔 숙박료, 식사, 앙코르와트를 비롯한 관광지 입장료, 차량, 발 마사지, 보험료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특급호텔이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개인적으로 호텔을 방문하는 것과 여행사를 통하는 요금이 다르고 게다가 비수기에 블럭을 잡는 방식을 택하면 가격은 뚝 떨어진다. 지역적으로 약간 외진 곳이라면 가격은 거기서 또 내려간다.

그렇다고 해도 이익을 내기는 힘들다. 결국 랜드사나 가이드 입장에서는 면세점이나 관광상품 판매점과 연계해 손님을 넘길 수 밖에 없다. 손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모객이 된 상품을 골라가는 것이 ‘바가지 쇼핑’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가이드나 랜드사가 받는 커미션은 상품 판매 가격의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판매가격의 몇 배나 되는 가격이 매겨진다. 씀씀이 좋은 한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일부 업소에서는 아예 관광객을 수송할 차량을 내주는 경우도 있다.

태국에서 일하는 한 가이드는 “299(29만9000원), 399(39만9000원) 같은 여행 상품으로 오는 손님을 받으면 여행사에서 한 푼도 진행비를 못 받은 상태에서 30만원 정도 호텔비 등 현지 진행비가 들어간다”며 “심지어 1명당 3만원 정도를 여행사에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 가이드들은 패키지 상품으로 와서 친척 방문 등 개인 사정으로 옵션 투어에 참가하지 않는 관광객에게 ‘마이너스 옵션’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강요해 마찰을 빚기도 한다.

10년 넘게 여행업에 종사해온 조모씨는 “동남아의 일부 가이드들은 한국에서 오는 그룹을 돈을 주고 사는 경우까지 있다”며 “그들 입장에서 30만 원짜리 상품으로 온 관광객을 상대로 30만 원을 뽑아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무조건 싼 것만 찾는 관광 문화

‘바지’ 패키지의 경우 3박4일 여행에서 상점이나 면세점만 8군데 정도 들어가는 경우가 보통이다. 또 대부분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 까지 차에 태우고 ‘관광’이란 명목으로 끌고 다닌다. 일반 상점에 손님들이 들어가서 자신들이 비싸게 ‘팔아 넘긴’ 물건 가격을 비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다.

같은 여행지라고 해도 상품 구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중국 베이징 4일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모여행사의 경우 7월 기준으로 1인당 19만9000원짜리가 있는가 하면, 119만9000원짜리도 있다. 19만9000원짜리도 왕복항공료, 인천공항세, 관광지 입장료, 차량비, 식사, 숙박비(2인1실 호텔), 여행자 보험 등이 포함돼 있다.

지만 일정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19만9000원짜리는 중국항공사, 119만9000원짜리는 국적항공사를 이용한다. 호텔도 일반호텔에서 5성급 호텔로 바뀐다. 119만9000원짜리는 각종 옵션투어와 가이드, 기사, 인솔자 팁까지 상품 가격에 포함돼 있고, 저가 상품에는 없는 디너쇼까지 들어 있다.

반면 19만9000원짜리 상품 일정표에는 행사 일정 중 한약, 진주, 옥, 찻집, 실크, 라텍스 쇼핑 센터를 방문한다고 적혀 있다. 당연히 인솔자, 가이드, 기사 팁으로 총 40달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안내 문구도 있다. 결국 다른 쪽에서 돈을 뽑아내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이 여행사들이 저가 정책을 쓰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유독 ‘저가’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격을 19만9000원, 29만9000원 이라고 적어 놓아야 문의 전화가 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약을 할 때쯤이면 각종 옵션이나 일정 변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임재철 홍보실장은 “여행사의 서비스 정책에서 최고의 정책이 가격 정책이라는 말이 있듯이 손님을 끌기 위해 여행사들이 어쩔 수 없이 저가 정책을 펴온 것이 사실”이라며 “여행사간 출혈 경쟁으로 터무니 없는 가격대로 떨어지고 결국 부실한 상품으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가 입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