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도시’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본지 7월 5일자 A16면). 이 도시를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쇼’다. 성인 전용쇼도 많지만, 최고의 흥행과 완성도를 자랑하는 것은 캐나다 서커스팀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선보이는 쇼다. ‘태양의 서커스’는 한국에서 ‘퀴담’을 공연하고 떠났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는 ‘O’(벨라지오호텔), ‘KA’(火·MGM그랜드호텔), ‘러브’(미라지호텔), ‘미스테어’(트레저 아일랜드호텔), ‘쥬매니티’(뉴욕뉴욕호텔) 등 5개의 상설(레지던스)쇼를 공연 중이다.
현지 토박이들이나 무대전문가들이 최고의 쇼로 꼽는 쇼는 ‘O’(프랑스 ‘eau(물)’에서 따왔다·사진)쇼. ‘태양의 서커스’ 일원이었던 프로듀서가 독립해 만든 ‘르 레브’(윈호텔)는 무대가 더 크고 화려하지만, 완성도, 흥행, 관객점유율에선 ‘O’쇼가 압도적이다.
현란한 아크로바틱도 압도적이지만, 약 5670t(150만갤론)의 물이 펼쳐졌다가 금세 보송보송한 바닥으로 변하는 엄청난 ‘과학’이 숨어 있는 무대장치가 더 궁금했다. ‘오’쇼의 컴퍼니 매니저 앤서니 리코타(Ricota)씨에게 대체 무대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부터 물었다. 그는 “O쇼의 제작비는 1억2000만달러(1200억원)로 이 중 1억달러(1000억원·화려한 무대의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6배가 넘는다)가 무대시설에 들어가고, 2000만달러(200억원)가 인건비”라고 설명했다. 무대장치가 더 압도적인 ‘KA’쇼는 1억8500만달러다. 보잉747기보다도 무겁다는 무대가 수직으로 섰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리코타씨는 “그러나 무대 투자비가 많다고 이걸 ‘기술의 예술’이라고 부르지는 말라”며 “우리가 기술을 많이 쓰는 건 사실이지만,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은 2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의 숨결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서 14세기 오페라하우스 식으로 무대를 꾸며 발코니에서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를 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CD로 효과음을 트는 트레저 아일랜드의 해적쇼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체 그 엄청난 양의 물은 어떤 원리로 무대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일까. 그는 “그건 과학이고, 우리는 그걸 대단한 양 포장할 생각도 없지만, 다 알려줄 수도 없는 것 아니냐(웃음)”고 말했다. 대신 그는 “공연에 쓰인 물은 매일 정수를 통해 음료수 수준으로 만들어 재활용하고 정수 과정에서 나오는 물은 벨라지오의 분수쇼로 흘러들어간다”고 말했다. 잠수 시간이 길 경우엔 수영장 바닥에 숨은 잠수부들이 단원들에게 호흡장치를 대준다. 쇼에 출연하는 서커스 단원은 75명인 데 반해 물리학부터 컴퓨터공학까지 기술담당 스태프는 150명. ‘서커스 1명에 기술자 2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쇼가 얼마나 ‘과학의 예술’인지를 실감케 한다.
아파트 5, 6층(60피트)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리거나 온몸에 불을 붙인 채 3분 이상 신문을 읽는 설정 등 위험천만한 요소가 가득한데 사고는 없었을까. “하하. 누구나 바라고 있지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98년 첫선을 보인 후, 일 년에 476회씩 공연을 하지만 단 한 번도 사고는 없었다. 9·11테러 이후 단 이틀을 빼고 매일 매진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입장료 100달러가 넘는 이 공연을 7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1984년 결성 이후 전 세계를 장악한 ‘태양의 서커스’팀에는 40개국 이상의 서커스 선수들이 모여 있다. “몽골, 러시아의 소녀부터 하와이의 원주민까지, 올림픽에도 출전한 다이빙 선수에 금융전문가 출신까지, 어느 대륙에서 어떤 직업을 가졌든, 뛰어난 사람이라면 다 데려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태양의 서커스’팀은 2008년 완공될 ‘시티센터’에 상설극장을 짓고,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 엘비스 프레슬리를 테마로 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