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1100만달러(약 100억원)를 들여 세운 카불의 직업훈련원(AKVTC)에서 만난 앳된 소녀 페레시타(Fereshta·19)의 꿈은 모터 등 각종 전기제품을 수리하는 기술자다.

아프가니스탄에선 모터가 고장나도 이웃 파키스탄에 가서 고치는 일이 흔하다. 이 직업훈련원 전기반의 60명 학생 중엔 페레시타 같은 여성이 4명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는 전기기술자가 돼 취업하면 돈도 벌고 가난한 나라 재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지난 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한국·아프가니스탄 직업훈련원에서 스카프를 두른 채 모터 작동법을 배우던 여성 4명이 미소를 띠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성 핍박의 상징’이었던 이 나라에서 여성들이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정권인 탈레반이 집권하던 시절(1996~ 2001년) 여성들은 직장은커녕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다. 얼굴과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burkah) 때문에 햇빛을 보지 못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비타민이 부족해 뼈가 약해지면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약을 구하기 어려워 진통제로 아편을 먹기도 한다. 여전히 많은 병원에서 ‘여성은 남자 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규정을 둬 여의사를 만나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여성도 많다.

하지만 최근엔 국제사회의 원조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조금씩 취업하고 있다. 한국·아프가니스탄 직업훈련원에서도 50여명의 여학생들이 봉제, 컴퓨터 등의 교육을 받고 있다. 탈레반 축출 직후인 2002년엔 여학생 숫자가 전체의 3%에 불과했지만 2004년엔 30%대로 확 늘었다. 또 국회에서도 전체 의원(351명)의 25%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의무화해 여성 의원만 91명에 이른다.

아프가니스탄 기자협회 회장인 사만델은 “지식인을 중심으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으며, 특히 교육에서 여성 차별이 줄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