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 성영훈

90마일의 벽을 넘어선 무서운 고교생들이 잔뜩 나타났다.

90마일은 144.81㎞로 환산된다. 통상 145㎞로 인식된다. 90마일 이상의 직구를 뿌릴 수 있다면 흔히 강속구 투수로 분류된다. 고교 시절 90마일 이상을 던진 투수는 프로에 가서 폼을 교정할 경우 구속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90마일 미만의 고교생들은 프로에 입단한 뒤 2, 3년 내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기교파 투수로 고착될 확률이 높다.

동대문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62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 스포츠조선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한국야쿠르트 협찬)는 미래가 기대되는 강속구 투수들의 경연장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파이어볼러'의 가능성을 보여준 투수들을 살펴본다.

▶넘버 2를 시카고 컵스에 빼앗기다

동대문구장에는 프로 8개 구단의 스카우트팀이 진을 치고 있다. 현대 유니콘스 김진철 스카우트부장을 통해 이번 청룡기에서 90마일 이상을 기록한 투수들의 명단을 파악했다. 현대 측 스피드건은 구속이 다소 낮게 나오는 편이라고 했다.

신일고 이대은(3년)은 이번 대회에서 147㎞를 찍었다. 신일고가 첫 판에 군산상고에게 패했기 때문에 더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오른손 정통파인 이대은은 현재 고교 투수 랭킹 2위로 평가받고 있다.

아쉬운 건 이대은이 국내프로야구가 아닌 미국 무대를 택했다는 점. 지난 월요일(4일) 시카고 컵스와 사이닝보너스 80만 달러(추정)에 계약했다. 각 팀 스카우트들은 "이대은을 미국에 빼앗긴 건 정말 아쉬운 일"이라는 의견을 보였다.정고교 랭킹 1위는 놀랍게도 2학년 투수다. 덕수고의 오른손 성영훈은 직구 구속 150㎞를 기록했다. 경기 경험만 조금 쌓인다면 서울 출신 강속구 투수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최근 두산에 1차 지명된 성남고 왼손투수 진야곱(3년)이 146㎞를 기록했고, 경남고 왼손 하준호(3년)도 145㎞를 찍었다. 진야곱과 하준호는 고교 왼손투수 랭킹 1, 2위다. 하준호는 키가 1m75로 신체조건이 좋지 않지만 올해 들어 급상승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146㎞를 기록한 성남서고 오른손 이범준은 스피드는 뛰어나지만 릴리스포인트가 너무 낮은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성을 지적받았다. 145㎞의 대구고 김건필(3년)은 프로 입단의 꿈을 위해 1년 유급을 택한 케이스인데 작년보다 많이 성장했다.

이밖에 이번 청룡기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LG와 계약한 서울고 이형종(3년)과 장충고 최원제(3년)도 90마일 이상을 뿌리는 투수들이다. 우투좌타의 최원제는 타격에도 뛰어나 프로에 입단하게 되면 확실한 전공을 결정할 전망이다.

▶무서운 고교생들이 많아진 이유

7,8년 전과 비교하면 고교 선수들의 직구 구속이 확실히 빨라졌다. 평균적으로 신체 조건이 좋아지고 고교생들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첫 번째 이유다. 투수 쪽으로 좋은 자원이 몰리는 현상도 있겠지만 프로 출신들이 대거 아마추어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10여 년 전부터 프로야구의 지도자 출신들이 고교야구로 옮겨갔고 최근에는 프로 현역 출신들도 많아졌다. 고교 야구가 주먹구구식 훈련에서 탈피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게다가 프로 출신들은 프로 구단의 트레이너들과 연계해 합리적인 훈련 방법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프로야구를 받아들여 고교생들에게 적용한 덕분에 90마일 이상을 뿌리는 투수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다. 김진철 스카우트부장은 "단순 스피드 수치보다는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 그리고 담력을 갖췄는가를 먼저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갖고 있는 투수들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제62회 청룡기 145㎞ 이상 기록 투수


이 름


고 교


유 형


직구 

최고구속


특이사항


성영훈


덕수고

(2년)


오른손


150㎞


고교 랭킹 1위ㆍ서울 출신 강속구 투수 계보 이을 재목


이대은


신일고

(3년)


오른손


147㎞


시카고 컵스와 입단 계약ㆍ직구 변화구 모두 능해 프로 구단들은 아깝다는 반응


진야곱


성남고

(3년)


왼 손


146㎞


두산 1차지명ㆍ고교 왼손 랭킹 1위


하준호


경남고

(3년)


왼 손


145㎞


키가 작지만 청룡기 통해 급부상


이범준


성남서고

(3년)


오른손


146㎞


스피드 빠르지만 타점이 낮아 보완 필요


김건필


대구고

(3년)


오른손


145㎞


지난해 비해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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