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다음은 '과학적인' 기사인가?

광우병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런데 광우병에 안 걸릴지도 모를 소를 생산했다. 어떤 이론에 따르면 그럴 수도 있단다. 그 소가 정말로 광우병에 안 걸릴지 어떨지는 아직 실험 전이라 모르겠다.

신문에 실리는 과학 기사는 예상보다 훨씬 많다. 어느 신문이든지 한 해 동안 실리는 과학 소식과 칼럼, 서평 등 각종 과학 기사들을 모아보면 과학 교양서 여러 권은 충분히 나올 거란다. 과학을 대중과 가깝게 하려는 언론의 ‘과학 대중화’ 노력은 그만큼 자연스럽다. 교과서만으로는 곤란한 과학의 시대, 실험실을 직접 드나들거나 관련 논문을 찾아 공부하기 어려운 처지에서는 과학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그럼에도 과학 기사들은 아예 외면되거나 잘못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과학의 시대에 과학은 존재하지 않거나 왜곡된다고 해도 좋을 정도. 이는 엉성하고 불량한 과학 기사들과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읽기 수준 때문이다.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과학 기사들을 제대로 읽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주로 신문의 과학 기사들을 예로 들며 그 특징과 한계를 따져서 독자 스스로 논리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깨우치고 북돋는다.

저자의 이러한 시도는 과학 그 자체를 신성시하며 독자들을 계몽하려는 과학 대중화의 폐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 대중화란 기본적으로 ‘옳은 것’이고 ‘좋은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철저히 경계한다. 모든 과학이 대중화되어 바람직할 리도 없으며,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과학적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4부의 경우 절반 이상을 할애하여 황우석 교수의 연구와 이에 관한 언론 보도 기사를 적극 비판한다. 과학에 대한 무지와 과학 기사의 몽매가 빚어내는 어리둥절한 쇼, 이른바 ‘황우석 사태’로 본격 확대되기 전에 나온 책이니 대단한 통찰과 용기다.

‘황우석 신드롬’은 한국 사회가 ‘진실’보다는 ‘꿈’이 더 필요한 사회임을 ‘가슴 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황우석의 생가를 복원하고 명소로 꾸민다는 보도에 이르러, 신드롬을 넘어 ‘신화’의 탄생을 목격한다. 차라리 ‘그로테스크’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한 상황이다. 과학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적었다.(235쪽)

그렇다. 제목과 같이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 이 글 맨 앞에 제시한 물음은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를 생산했다는 황우석 팀의 발표 관련 기사들을 저자가 요약한 것이다. (같은책, 211쪽) 당연히 ‘비과학적’이며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황우석 교수에 ‘침묵’했고, 언론은 독자들에게 스포츠 뉴스를 전달하듯이 ‘열광’했을 뿐이다.

과학을 쉽게 풀이해 준다고 무조건 좋은 과학책은 아니다. 과학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정확히 가르쳐주고, 과학적 사고를 합리적으로 키워주고, 곁들여지는 여러 생각할 점들 또한 다양한 맥락과 차원에서 깊이 성찰할 수 있게 해야 좋은 과학책이다.

이 책은 기존의 과학 교양서들과 달리 과학 기사들을 예로 들면서 그 안에 숨겨진 오류와 폐해를 날카롭게 파헤쳐 과학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며, 왜 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콩, 연구 방법의 중요성’, ‘동물 이야기, 그리고 추론의 타당성’, ‘암, 완치율 50퍼센트라는 통계’, ‘흡연에 대한 과학적 언술의 조건’, ‘굶주린과 기술, 그리고 선동적 수사’, ‘모호한 개념의 문제, 민족’ 등 제목들만 몇 개 훑어도 충분히 암시적이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공개하는 ‘팁’, 즉 과학 기사 제대로 읽는 비결을 절대 놓치지 말 것. 제목을 잊어라. 숫자를 의심하라. 기사 후반부 내용을 소홀히 읽지 마라. 돈과 관련한 문제를 생각하라. 기사의 크기나 빈도로 연구의 중요성을 판단하지 마라. 한 종류의 신문에 만족하지 마라. 과거의 기사를 무시하지 마라. 백과사전을 자주 이용하라. 논리적 사고를 포기하지 마라. ‘권위’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자기 자신만의 시각을 구축하라.

▲허병두 숭문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대중의 과학화를 위하여 꼭 필요한 ‘논리적 과학 읽기’, 즉 주제(과학)와 매체(신문), 텍스트(과학기사)를 정확하면서도 폭넓고 깊게 파악하는 자세와 능력을 갖추는 데 그야말로 ‘딱‘이다. 나아가 다른 주제나 분야의 기사와 글, 책들을 읽을 때도 충분히 참고하고 응용할 만하다. 한마디로 독해력과 사고력, 작문력까지 동시에 짚어보며 키울 수 있는 좋은책.

고1 이상이면 과학에 대해 잘 몰라도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다. 천천히 곱씹는 시간 또한 갖는다면 더욱 의미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