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손님의 요구는 법률과 도덕에 위배되지 않는 한 모두 들어준다. 둘째, 손님의 요구를 다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경주한다. 셋째, 손님에게 만족감은 물론 놀라운 기쁨을 덤으로 안겨준다….’
고성(古城)으로 유명한 중국 윈난(雲南)성의 리장(麗江)시엔 이런 서비스를 모토로 내건 호텔이 있다. ‘화위안(花園)별장’으로 이름 붙여진 이 호텔이 내세우는 서비스는 중국말로 ‘관가식 복무(管家式服務)’. 18세기 영국 왕실을 본떠 하인(管家·housemaid)이 마치 주인을 모시듯 호텔 이용객을 극진하게 모신다는 방식이다.
화위안별장엔 2층짜리 별장식 건물이 280채나 있다. 각 건물엔 객실 3개가 들어있고 건물마다 쪽방이 하나씩 딸렸다. 쪽방엔 여종업원 1명이 밤에도 머물며 24시간 대기한다. 아침이 되면 음식 재료를 가져와 음식을 직접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별장 한 채의 하루 숙박비는 평소 2400위안(약 28만원)이지만 성수기에는 4000위안(약 48만원)으로 뛴다.
얼마 전 윈난성 취재차 이곳 8538호 별장에서 하루를 묵었다. 거대한 별장 단지는 아침이 되자 손님 식사용 음식재료를 가지러 거의 뛰다시피 종종걸음을 치는 종업원들로 분주했다. 우리가 묵은 별장의 여종업원 저우친(周琴) 양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21세 처녀인 저우는 매달 고정 월급 500위안(약 6만원)에다 손님이 투숙할 때마다 하루에 20위안씩 수당을 받는다고 했다. 중국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을 고려하면 보통 수준인 셈이다.
별장 매니저 중엔 튀니지 출신도 있었다. 래드 드루이체라는 이 매니저는 벨기에에서 호텔 관리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3년을 일한 뒤 2005년 7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중국에 와서야 ‘관가식 복무’를 처음 접해보았다고 했다. 자신이 구미의 선진 호텔관리 기법을 접목시키려 왔는데 오히려 중국에서 배워야 할 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화위안 별장엔 총경리(사장)가 태국인이고 간부들 중에 영국인과 프랑스인도 있다.
지난해 화위안 호텔을 찾은 여행객은 12만~15만명이었는데 이중 외국인이 30~40%였다. 외국인 손님은 전 해에 비해 60%나 늘어났다. 변화는 그저 일어난 것이 아니다. 별장 간부들은 외국 관광객 증가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지방 정부의 각종 지원과 매니저들의 구미 현지 판촉 활동, 인터넷을 통한 홍보가 그것이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도 윈난성 오지에, 한 호텔에, 외국인이 5만명이나 왔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리장은 시 전체 인구가 112만명이라지만 농촌과 다름없는 외곽지역을 제외하면 시 중심부 인구는 8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리장시 인구 중 직·간접 여행업 종사자는 무려 10만명을 헤아린다.
“작년에 장자제(張家界)가 한국 관광객을 50만명이나 끌어들였다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있나요?”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기자에게 호텔 간부들이 건네는 각오가 섬뜩했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440만명,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그의 4분의 1도 안 되는 100만명에 불과했다. 중국 관광산업은 앞에서 뛰는데 한국은 뒤에서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