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그네의 진폭을 점점 커지게 하려면 외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힘을 가해줘야 할까? 만약 그네의 진동수가 1Hz라면(즉 1초에 1번 진동하는 경우), 외부에서 1초에 1번씩 힘을 가해주거나 또는 2초에 1번, 3초에 1번… 과 같은 주기로 힘을 줘야 할 것이다. 즉 그네의 진동수가 �라면, 외부에서 가하는 힘 또한 �와 같거나 �의 1/n배의 진동수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어떤 시스템에 고유한 진동수값을 고유진동수라고 한다. 이 진동수값과 같거나 그것의 1/n배의 진동수를 가지는 외부 에너지가 전달될 경우, 시스템의 진동이 커지게 되고 결국 붕괴하거나 외부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등의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교과과정에서 고유진동수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내용을 몇가지 찾아볼 수 있다. 일단 현이나 개관의 정상파 파장공식 에서 �=1인 기본진동을 전제하면 라는 식을 얻을 수 있다. 현이나 관을 교체하지 않는 한 �는 일정하므로, 현이나 관의 길이(L)와 정상파의 진동수(�)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결국 짧은 현이나 관은 진동수가 큰 소리(높은 음)를 내고, 긴 현이나 관은 진동수가 작은 소리(낮은 음)을 내는 것이다. 현악기나 관악기의 길이와 음의 높이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단진자 주기 공식
을 진동수에 대해 정리하면
이므로, 단진자의 진동수와 실의 길이(�) 사이에 제곱근반비례 관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즉 길이가 짧을수록 진동수가 크고, 길이가 길수록 진동수가 작은 것이다.
이상의 사례를 통해 어떤 물체이든 자신에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으며 고유진동수값은 물체의 ‘길이’와 상관있음을 알 수 있다.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의 파동이 전해지는 경우, 그 물체의 진폭이 커지는 이른바 ‘공명’(共鳴, resonance)현상이 일어나며 이것이 지속되면 결국 그 물체는 파괴된다. 실제로 1985년 멕시코시티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20층 가량 높이의 건물이 주로 붕괴되었는데, 이것은 이 길이의 물체가 가지는 고유진동수가 0.5Hz 가량이며 이것이 지진 진동수와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에는 4-5층 가량의 건물이 집중적으로 붕괴되었는데, 이때는 지진의 진동수가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에 더 짧은(낮은) 건물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였던 것이다.
청각은 공명 현상에 의해 일어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달팽이관 내부에 있는 코르티기관에 유모세포들이 털을 가지고 있는데, 입구쪽일수록 털이 짧으며 그만큼 고유진동수값이 크다. 그래서 진동수가 큰 소리(높은 음)에 공명하여 청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반면 안쪽일수록 털이 길며 그만큼 고유진동수값이 작다. 그래서 진동수가 작은 소리(낮은 음)에 공명하여 청신경을 자극한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인간의 ‘가청진동수’ 범위가 왜 제한되어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은 음이나 낮은 음은 인간이 가진 유모세포 털 길이의 고유진동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결국 들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대체로 작은 몸집을 가진 동물은 더 짧은 유모세포의 털을 가지고 있으므로 더 높은 음을 들을 수 있고, 큰 몸집을 가진 동물은 더 긴 유모세포의 털을 가지고 있으므로 더 낮은 음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관적인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위 그림은 몸집이 작은 동물과 큰 동물의 유모세포의 털을 비교한 그림. 실제로는 달팽이 모양으로 말려있는 것을 직선형으로 펴서 그렸으며, 기본 형태가 서로 닮음꼴이고 크기만 다르다고 가정하였다. 입구쪽(왼쪽)일수록 털이 짧고 안쪽(오른쪽)일수록 털이 길다.
고유진동수는 LC회로의 진동수값 등의 형태로 전자기 이론과도 연관되며, 이를 양자이론과 연관시키면 빛의 반사나 흡수, 물체의 색깔 등과 같은 현상도 고유진동수 개념으로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