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 백악관에선 지난 3일부터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영국 엘리자베스(Elizabeth) 2세 여왕과 부군 필립(Philip) 공을 위한 최고의 만찬이 열렸다.
만찬 참석자는 워싱턴의 최고 A급 인사 134명. 남성은 모두 하얀색 나비 넥타이(white tie)에 검은색 예복을 입었다. ‘화이트 타이’ 만찬은 백악관이 베푸는 최고의 형식으로, 부시 행정부에선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Laura) 부시는 “(콘돌리자) 라이스 박사(국무장관)와 내가 ‘우리가 화이트 타이 행사를 갖게 된다면, 바로 이번’이라고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백악관 남쪽 잔디밭(South Lawn)에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워싱턴 도착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백악관은 새로 칠해졌고, 꽃으로 치장됐다. 이런 ‘극진한’ 환영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의 ‘말실수’는 빠지지 않았다. 그는 환영 연설에서 여왕이 역대 10명의 미 대통령과 식사를 했다는 말을 한 뒤 “폐하께서는 우리나라의 독립 2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17…”(you helped our nation celebrate its bicentenial in 17…)이라고 말했다. 독립 200주년은 1976년. 부시는 ‘17…’이라고 말했다가 바로 말을 고쳐서, 1976년이라고 고쳐 말했지만, 7000여 명의 참석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졌다. 여왕(81)이 1776년 독립 때 축하하러 왔다면 230세가 넘게 된다. 부시는 이어 자신을 보는 여왕에게 윙크를 하고는 “오직 어머니만이 아들에게 줄 수 있는 표정을 내게 주셨다”(She gave me a look that only a mother could give a child.)고 얼버무렸다. 영국 언론은 이 ‘윙크’를 불경(不敬)스럽다고 비난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8일 “나이가 230여 살로 들리게끔 말실수한 것을 회복하는 방법 중에 여왕에게 ‘한심한 윙크’를 하는 것은 왕실의 예법에는 없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측은 또 연단 높이를 여왕의 키에 맞추느라 신경썼다. 1991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미 때에는 연단을 당시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의 큰 키에 맞춰, 참석자들은 여왕의 모자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말하는 모자(talking hat)’란 말이 나왔다. 당시 백악관 만찬에서 부시 대통령의 어머니 바버라 부시는 혹시나 발생할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아들 부시를 가급적 여왕에게서 멀리 앉혔다. 그때도 아들 부시는 “나는 우리 집안의 말썽꾸러기(black sheep)인데, 당신 집안에선 누구냐”고 물었다. 여왕의 대답은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오(None of your business.)”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