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을 2001년 월드컵대표팀의 제주 전지훈련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발목 인대 부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수수하고 겸손한 이 젊은 선수는 부상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고, 실제로 곧 회복돼 2002월드컵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처음 월드컵대표팀 주치의로서 활동하던 당시 너무 많은 선수들이 발목과 무릎, 허리에 잔 부상을 지니고 있어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은 잔 부상을 부상이라 여기지 않았다. 2·3주만 쉬면 될 것을 참고 뛰면서 장차 큰 부상으로 이어질 화근을 키우고 있었다. 다치고 아픈 게 마치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는 태도는 담당주치의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박지성은 지난해 9월 발목인대 재건수술을 받았다. 이는 이미 2006년 월드컵 때 우리 의료진이 권고한 바 있다.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결국 수술 결정을 내렸다. 박지성 선수는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많이 아프지도 않은데 왜 수술을 꼭 받아야 하는지” 물었다는 후문이 있다. 큰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그런 결정이 한국에서 축구를 배운 그에게는 무척 생소했을 것이다. 3개월의 재활 기간이 걸렸지만 선수 생명을 3년 이상 늘렸을 바다.
이를 바탕으로 추측컨대 선수부상에 대한 맨체스터의 의무지원 체계와 언론통제는 엄격한 규칙을 지키며 선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발목 인대보다 박지성을 괴롭힌 것은 이번에 문제가 된 오른쪽 무릎 연골 부분이었다. 박지성은 2003년 유럽 에인트호벤팀에서 뛰던 시절 무릎의 반월상 연골판 부분절제술을 받았다. 이는 ‘12기통 엔진’을 갖고 있다는 그도 바퀴의 축이 어긋나 오랜 기간 고통을 참고 달렸다는 것을 증명한다. 무릎 연골의 경우 수술까지 받게 되는 상황은 처음 문제가 생긴 이후 3~5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2000년 이전부터 무릎 관절에 많은 무리가 따랐고 연골이 닳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무릎 연골의 크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길이 10㎝에 폭이 3㎝ 가량 된다. 연골은 충격을 완화하고, 윤활기능을 통해 무릎에 안정성을 주는 기능을 한다. 축구선수에게 생명과도 같은 부위인 것이다.
축구 선수들은 무릎 연골에 문제가 있더라도 일반인보다 오히려 둔감할 수 있다. 경미한 통증을 참고 뛰기 시작하면 몸에 열이 발생하면서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무릎 속이 뻐근해지면 또 주사를 맞고 뛸 수 있다. 이렇게 해서 2~3년씩 버틸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축구 선수로서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자살행위다.
박지성의 무릎 부상은 어쩌면 그에게 숙명 같은 것이다. 그는 많이 뛰고, 수비수들로부터 수많은 태클을 당한다. 신체적 접촉이 있을 때마다 발목과 무릎이 꺾이고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이번에 미국에서 수술을 받기까지 치료방향을 잡는 데만 약 4주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박지성의 무릎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든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전문가들은 수술 내용에 대해서 약 4가지 기법상의 가정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무릎관절을 이루는 위, 아래쪽 뼈를 감싸는 연골이 다친 경우, 손상부위가 작으면 자신의 연골을 일부 떼어다가 이식하는 자가 연골이식술이 가능하다. 다친 부위가 너무 크면 연골세포를 조금 떼어 줄기세포처럼 배양한 후 이식하는 자가연골배양이식술이 가능할 것이다. 너무 심하게 손상되어 이도 저도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더 뛸 수 있도록 관절연골과 반월상연골판을 정리하는 수술을 했을 터이고, 최악의 경우 이미 한계에 다다른 반월상 연골판을 다른 사람에게서 채취한 연골판으로 완전히 바꿔 넣는 완전 치환술 등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자가연골 이식술의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8개월 이내의 경기장 복귀를 보장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수술을 통해 다시 운동장을 누비는 자랑스런 박지성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상당히 단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추측이지만 그는 이미 7~8년 전에 이미 무릎을 다쳤고, 그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경기를 계속했을 것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이 세계무대에 선 그의 발목을 계속해서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