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연주회를 영어로는 ‘Sub scription Concert’라고 부릅니다. 기부나 서명, 응모나 정기 구독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Subscription’에는 이처럼 ‘참여’라는 뜻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도 정기 회원이나 후원 회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는 의미겠지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명문(名門)인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취재하러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시민 1000여 명이 공연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서고 있었지요. 아침 콘서트인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우리 오케스트라의 공개 리허설을 보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교향악단 회원들이 아침 리허설을 관람하고, 저녁 공연을 통해 다시 연주를 확인하는 모습에서 ‘음악 강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KBS 교향악단이 오는 17·18일 정기연주회에서 말러의 교향곡 4번(지휘 클라우스 페터 플로어·Peter Flor)을 연주하는데 이어, 7월 26·27일에도 말러 교향곡 3번(지휘 함신익)을 들려줍니다.

페터 플로어는 지난해 UBS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고, 함신익도 2년 전에 대전시향과 같은 곡을 연주해 음악 팬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부천시향의 ‘말러 전곡 연주회’에 감격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중 공연되는 걸 보면 한국 오케스트라의 기초 체력도 향상되고 있나 봅니다.

가끔 은퇴 후 계획을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KBS 교향악단이나 서울시향의 정기 회원이 되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오케스트라는 그 나라의 음악적 저력과 저변을 동시에 가늠하는 척도이니까요.

현재 KBS 교향악단의 정기 회원은 1500여 명, ‘라이벌’ 서울시향도 유·무료 회원을 합쳐서 2500여 명입니다. 한국 축구처럼, 오케스트라도 힘을 보태면 분명 실력은 달라집니다.

문의 (02)781-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