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의 운동을 기술할 때, 흔히 관측자가 정지해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관측자가 운동하고 있을 때에는 관측자의 운동 방향 및 속력에 따라 겉보기 운동(상대운동)이 달라진다.

겉보기 운동 관련 내용은 교과과정에서 여러 차례 다뤄진다. 물리에서 다루는 1차원 운동에서의 상대속도, 지구과학에서 다루는 천구의 일주운동이나 항성의 연주운동, 행성의 순행/역행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관측자의 가속운동으로 인해 관측대상이 ‘힘’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 그 힘에 (실제로 작용하는 힘은 아니지만) 개념을 부여하고 실제로 작용하는 힘인 것처럼 간주하여 현상을 설명하는 데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힘을 ‘겉보기 힘’이라고 하는데, 교과과정에서는 물리에서 관성력과 원심력, 그리고 지구과학에서 전향력(코리올리 힘)이 소개되고 있다. 엄밀하게는 원심력과 전향력은 관성력의 부분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성력

의 A는 버스 천장의 점이며 B는 천장에 매달린 추이다. 버스는 10m/s로 등속운동하고 있다가 갑자기 가속운동을 시작하였다. B는 관성의 원리에 의해 계속 등속운동하여 1초당 10m만 가려 하는데, A는 버스가 가속운동을 시작하였으므로 1초당 10m 이상을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진행거리의 차이’로 인해 추는 뒤로 기울어지게 된다.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이 추에 마치 어떤 힘이 뒤쪽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 작용한 힘은 아니고 겉보기 힘(가짜 힘)이지만, 여기에 편의상 ‘관성력’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이 현상은 근본적으로 ‘관성의 원리’만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원심력

의 A는 버스 벽면의 점이며 B는 여기에 타고 있는 사람의 어깨이다. 버스가 회전운동을 시작하면 벽면의 A도 회전운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버스에 탄 사람(B)은 관성의 원리에 따라 등속‘직선’운동을 하려 한다.

결국 A가 B에 접근하여 충돌하게 된다. 그러나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은 버스를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므로, A가 자신에게 와서 충돌한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B)이 바깥쪽 방향으로 힘을 받아서 벽(A)에 충돌한 것처럼 인식한다. 이 힘 또한 일종의 겉보기 힘인데, 원운동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이므로 이를 원심력(遠心力)이라 부른다.

전향력

북극점에서 포탄을 똑바로 발사하거나 비행기가 똑바로 날아가기 시작하면 에서와 마찬가지로 약간 오른쪽으로 휘어 진행하게 된다.

(가) P 별과 Q가 같은 방향에 있을 때 북극에서 대포를 쏘았다.

(나) 지구 밖에서 보면 포탄은 P별 쪽으로 똑바로 가고 Q점은 회전했다.

(다) 지구상에서 보면 포탄이 전향력을 받아 오른쪽으로 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북반구에서는 진행 방향의 오른쪽으로 작용하며 남반구에서는 왼쪽 방향으로 작용한다. 전향력은 지구상에서 움직이는 물체에만 나타나는 겉보기 힘(일종의 관성력)이지만, 지구를 기준으로 설정하여 전향력 개념을 도입하면 대기 및 해수의 운동, 비행기나 미사일의 비행과 같은 장거리 운동을 파악하고 계산할 때 매우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