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막만한 손으로 고개를 까딱대며 연주하는 품새가 제법 진지하다. 예사롭지 않은 손가락 놀림… 열두살 꼬마의 연주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미 온라인 기타 고수들 사이엔 널리 알려져 있는 '12세 기타리스트' 정성하군. 최근 판도라TV에 올린 '와!''캐논' 연주 동영상 2편으로 형님, 누나들을 매료시켰다.
성하의 주법은 핑거스타일. 통기타를 피크 없이 두 손으로 연주하는 이 주법은 클래식 기타 못지 않은 꽉 찬 느낌의 연주가 가능하지만 열명 중 예닐곱은 중도포기할 만큼 녹록치 않은 장르. '어떤날' 출신의 영화음악감독 이병우씨가 국내 핑거스타일 1호다.
'성하 아버지' 정우창씨(40)는 2년 전 컴퓨터에 심취한 아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마우스 대신 기타 피크를 쥐어줬다. "처음엔 취미 삼아 포크기타를 가르쳤는데 흥미를 못 붙였죠. 핑거스타일을 시작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하더라구요."
정씨는 아들의 남다른 재능에 집중했다. "악보가 없는 곡도 듣고 그대로 카피해요. 이번에 올린 '캐논'도 트레이시 번디의 연주 동영상을 보고 하룻밤 새 그대로 외워 연주한 겁니다." 정씨는 지난해 직접 찍은 아들의 연주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데 이어, 최근 국내 UCC 사이트에도 올렸다. 네이버 '핑거스타일(cafe.naver.com/fingerstyle)' 등 전문 카페에서 인정받은 실력을 네티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물론 성하에게는 비밀로 붙였다. 어린 아들이 자칫 악플에 상처받을까 걱정스러웠다. UCC 포털에선 "정말 잘한다""대단하다"는 찬사와 함께 "진짜 본인이 연주한 것 맞느냐"는 의혹성 댓글이 간간이 이어졌다.
성하는 지난해 내한 공연을 한 오스트리아 출신 기타 거장 토마스 립과 함께 방송사 콘서트에 참여하며 친구가 됐다. 립은 "유튜브에서 성하의 연주 동영상을 봤다"며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성하를 수소문했다. 어린 성하의 재능과 열정에 감탄한 그는 "매년 여름 진행하는 워크샵에 올 수 있느냐. 수제자로 삼고 싶다"는 말로 뜨거운 관심을 표했다. 또 호주의 유명 기타리스트 토미 임마누엘도 내한 공연에 성하를 초청했다. 공연 전날 팬 미팅에서 함께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두 거장과의 만남 이후 성하는 기타에 더욱 매진하는 한편 영어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성하는 두달에 한번꼴로 '핑거스타일' 카페 회원들과 함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무료공연을 갖는다. 성하의 장래 희망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아버지는 "성하가 원한다면 힘닿는 데까지 적극 후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10년 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대한민국 기타 거장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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