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23)는 8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에 정착한 ‘이민 1.5세대’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그가 이민 1.5세대였다는 점에서 찾기도 했다.
1.5세대는 1세대처럼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자란 사람을 말한다. 막 이민 가서 미국 사회에 경제적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1세대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서서히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1.5세대 사이의 단절현상은 한인 사회 내에서도 오래된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미국 이민 1.5세대로서 뉴욕에서 컴퓨터 보안프로그램 개발 회사에 다니는 김모(39)씨는 “왜 미국으로 이민을 와야 했는지, 부모님들이 왜 이렇게 영어와 미국 문화에 무식한지 원망도 많이 했다”며 “그런 자기혐오를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 매달렸고 또래 한인들과 만나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버지니아주는 백인우월주의가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조승희가 더욱 위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미국 사회에서 소수민족인 한인사회 전체가 겪는 어려움이지만 1.5세대가 느끼는 좌절감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