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40)는 어떻게 보면 참 불성실한 배우다. 그는 대개의 배우들처럼 영화 마니아도 아니다. 극장을 거의 가지 않는 그가 영화를 접하는 주요 통로는 케이블TV 영화 채널이 고작이다. 그렇다고 꾸준히 운동을 해 탄력있는 몸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시간날 때마다 집 근처 '동산'(불곡산ㆍ해발 460m)을 오르는 게 유일한 운동이다. 하지만 그의 연기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생활의 페이소스와 푸근한 흙냄새, 찌들린 땀냄새와 얼룩진 눈물 자욱 같은 게 풍겨져 나온다. 지난 목요일(9일) 개봉된 영화 '우아한 세계'(감독 한재림, 제작 루씨필름)는 바로 이같은 '송강호판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송강호는 조직폭력배인 들개파 넘버3면서 두 아이의 아버지인 40대 가장 강인구 역을 열연했다. 강인구라는 인물에는 '초록물고기' '넘버3' 등에서 보여줬던 건달기와 '반칙왕'에서의 소심함, '효자동 이발사' '괴물' 등에서 표출됐던 짠한 부성애 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애초부터 송강호씨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는데요.

▶에이~ 무슨 말씀을요. '절대' 아닙니다. 그건 제작자나 감독이 배우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말씀해주시는 거겠죠. 훌륭한 배우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살인의 추억' 때도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라는 대사로 반향을 일으켰듯, 애드리브가 강한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우선 대본에 절대 충실해야죠. 연출자의 뜻도 분명히 존중해야 하구요. 다만 제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정중히 제안을 하죠. 이번에도 '아름답다, 아름다워'같은 대사가 애드리브입니다.


-극중 강인구는 조폭이지만 아내한테는 꼼짝 못하고 어리바리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어떤 남편인가요.

▶저야 뭐 깡패가 아니니까…. 떳떳하지 못한 강인구처럼 그렇게 주눅 들지는 않죠. 하지만 배우란 게 그렇잖습니까. 연기 외에는 생활에 서툴 수 밖에 없죠. 그러니까 어리숙한 부분도 있고, 가끔씩 궁지(?)에 몰리기도 합니다만 강인구같지는 않아요. 헤헤.


-소문난 주당 오달수와 친구 역할로 나오던데요. 술은 많이 마셨나요.

▶(오)달수는 1년 후배지만 예의도 깍듯하고 성실한 친구예요. 무엇보다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술은 가끔씩만 마셨어요. 달수는 소주 마시고, 저는 맥주 마시는 식으로요. 예전엔 술을 좀 많이 마시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맥주만 가끔 마셔요. 소주는 안 마신 지 3년이 넘었구요.
-공사장 격투신 처럼 '나름대로' 액션신이 좀 있었는데요. 나이 때문에 힘들진 않으셨는지.

▶그건 뭐 액션이라고 하기도 좀 민망한데요…. 나이 보다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힘들었어요. 공사장 신 찍을 땐 지난해 여름 중 최고로 더웠던 때였어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해 '괴물'의 흥행이 너무 폭발적이었던 데다, 투자-배급사에서도 기대가 큽니다. 혹시 부담은 안 되세요.

▶부담이야 늘 있죠. 하지만 흥행이라는 게 욕심 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다만, 전 항상 한가지 목표는 있어요. 제작사가 손해 안 보게 손익분기점은 꼭 넘겼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저 건강하게 좋은 작품을 오래토록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언젠가는 연극무대에도 다시 서고 싶구요.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