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서명(署名)·날인(捺印)해야 한다’는 공인중개사법의 조항은 서명과 날인 중 하나만 하면 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8부(재판장 최병덕)는 6일 공인중개사 임모(51)씨가 “계약서에 직접 이름을 쓰지 않고 이름이 새겨진 고무도장을 찍고 도장을 찍었는데, ‘서명·날인해야 한다’는 공인중개사법 조항에 따라 업무를 정지시킨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2005년 12월 성동구에서 아파트 계약을 중개한 후 계약서에 이름을 직접 쓰는 서명을 하지 않고, 고무도장으로 이름을 찍는 기명(記名)과 인감도장을 찍는 날인(捺印)만 했다. 구청은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에 ‘중개업자가 계약서에 서명·날인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임씨가 서명하지 않아 이를 어겼다며 한 달 동안 업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기명은 단순히 이름을 적는 것이고, 서명은 자신이 이름을 직접 써서 적는 것이므로 기명을 서명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고법 재판부는 그러나 “공인중개사법에서 ‘서명·날인’규정은 계약의 내용 등을 명확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반드시 서명과 날인을 같이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서명하거나 날인하면 충분하다”며 “임씨는 기명과 날인을 했으므로 서명·날인 요건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