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0대 여배우는 주름이 없는가

결혼은 여배우들의 무덤이요, 30대로 들어서면 캐스팅에서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건 고리짝 얘기다. 30대 후반의 여배우들이 앞다퉈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아 치열한 사랑을 그린다. 여기에 40대 여배우들까지 가세했다.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는 올해 마흔이 됐다. 배종옥은 김희애보다 두살 더 많다. 불혹을 넘긴 두 여배우가 같은 시간대 여주인공인 고현정(MBC '히트'), 이다해(KBS '헬로 애기씨')에 맞서 시청률 경쟁을 벌인다.

강수연

# 밤 10시30분이면 잠드는 김희애

강수연(41)은 MBC 주말드라마 '문희'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1966년생인 강수연은 갈래머리 여고생 연기까지 해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뮤직드라마 '애가'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전인화(42) 역시 40대라고 믿어지지 않은 결고운 미모를 자랑해 관리 비법을 궁금케 했다. 속옷 모델로 활동하며 'S라인계의 큰언니'로 불리고 있는 황신혜는 1963년생이다. 팽팽한 피부와 지방 한 점 없는 매끈한 몸매로 펑퍼짐한 20대들을 약 올리고 있다.

40대 여배우들이 '○○엄마'나 '○○이모'가 아니라 극의 전면에 나서게 된 데는 시청자층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요즘 시청률 주도권을 잡고 있는 주인공은 30대에서 50대 사이의 주부들이다. 젊은이들의 사랑싸움을 그린 트렌디 드라마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이유다.그동안 트렌디 드라마의 주시청층이었던 10, 20대들은 인터넷과 케이블TV쪽으로 기호를 달리한 지 오래다. 시청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추억 속 스타들이 브라운관으로 속속 컴백하기 시작했다.

주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드는 고전적인 레퍼토리인 가족드라마나 불륜과 치정을 다룬 자극적인 드라마뿐 아닌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사랑이야기와 같은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제작되면서 이들이 설 자리는 점점 많아지게 됐다.이미연(37)은 일곱살 어린 윤계상과 '사랑에 미치다'에서 키스신, 베드신을 거침없이 소화해낸다. '여우야 뭐하니'에서 열살 연하의 천정명과 짜릿한 키스신을 선보였던 고현정은 이번 '히트'에선 여덟살 차이 나는 하정우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특히 연륜이 묻어나는 안정감있고 성숙한 연기는 풋내기 신인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장점이다. 물론 연기력만으로 주인공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건 아니다. 10살 어린 상대 남자배우와 함께 서도 어색하지 않는 젊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별세계' 사람들이긴 하지만, 이들의 생체시계는 멈춘 듯 하다. 그만큼 프로의 자세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 위험천만 불륜녀로 변신하는 김희애는 극중 캐릭터에 맞춰 원색적인 란제리룩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희애의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는 "화려하고 섹시한 속옷패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김희애씨가)너무 날씬해 55 사이즈도 헐렁할 정도"라고 전했다. 평소 헬스와 골프로 몸매를 가꾸는 김희애가 귀띔하는 미용비법은 오후 10시30분이면 잠자리에 들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이다. 80년대 남성들의 '로망'이었던 강수연 역시 틈만 나면 몰두하는 운동을 '동안'의 비법으로 꼽았다. 3년 전부터 개인 트레이너에게 요가를 배우고 있는 강수연은 집에서 러닝머신과 요가로 몸매를 가꾼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바깥 음식을 금하는 것도 그녀만의 미용비결. 밥과 국으로 이뤄진 가정식 백반으로 소식하는 게 젊음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김희애

#‘커피포트 김쐬기’애용하는 고현정

‘피부나이 25세’라는 고현정(37)은 운동은 가급적이면 피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고현정은 드라마 ‘히트’의 외부촬영이 많은 요즘 ‘커피포트 김쐬기’라는 독특한 수분 공급법을 활용하고 있다. 고현정은 “요즘 같은 환절기엔 피부건조가 최대의 적”이라며 “외부촬영이 많다보니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그 증기에 얼굴을 쐰다. 수시로 보습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40대 여배우들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건 우리나라 연예계의 현상만은 아니다. ‘원초적 본능’에서 뇌쇄적인 다리 꼬기로 남성팬들을 무장해제시켰던 샤론스톤과 아슬아슬한 핫팬츠 차림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마돈나는 내일모레 나이 50을 바라보는 58년 개띠다. 조디 포스터(45) 데미 무어(45) 테리 헤처(43) 사라 제시카 파커(42) 다이안 레인(42) 소피마르소(41) 할리 베리(41) 니콜 키드먼(40) 줄리아 로버츠(40)까지 외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40대 여배우들이 줄줄이다. 물론 이들의 영구 젊음에 대해 ‘현대 의학의 승리’라고 폄하하는 시선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