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포츠과학의 총지휘자인 톈예(田野) 중국체육과학연구소 소장은 겸손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세를 낮췄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가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우리는 아직 미국 러시아와 같은 1류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츠 과학자들과 일선 지도자, 선수들이 협조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중국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체육과학연구소는 1958년 설립됐으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국민 체력 향상을 위한 연구, 체육산업 분야에 대한 연구를 망라하고 있다. 120명의 연구 인력과 30명의 행정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연말 중국체육과학연구소에서 이뤄졌으며, 톈예 소장 지도 하에 베이징체육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정홍용 대한체육회 중국지부 사무처장이 통역을 맡았다. 1984년 LA대회부터 올림픽에 다시 출전하기 시작한 중국은 1990년대 스포츠과학이 본격화됐다. 급속 성장한 비결이 궁금했다.
“과학자들이 늘 선수들과 함께 지내며 내부의 실질적인 문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게 비결이다. 또 각 종목에서 이뤄진 스포츠과학의 성공 사례들을 집대성해 다른 종목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독특한 장점이다.” 텐예 소장은 또 “중국에서는 체육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힘을 실어준다”고 강조했다. 톈예 소장처럼 중국에서 만난 학자들은 한결같이 첨단 기자재와 기술보다는, 체육학교의 유소년들에게까지 ‘서비스’가 제공되는 스포츠과학의 일상화가 중국 스포츠 발전을 앞당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중국 스포츠과학의 빛나는 성공사례 세 가지를 들어 달라고 말했다. 남자 110m 허들의 류샹과 근대 5종 경기, 싱크로나이즈드가 답으로 돌아왔다. 그는 “선수들의 생리적 생화학적 지표들을 정밀 관찰해온 과학연구팀이 가장 적합한 훈련법과 실전 기술을 조언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낙후 종목이었던 근대 5종 경기와 싱크로나이즈드가 ‘과학의 힘’과 함께 급성장한 게 뿌듯하다고 했다.
톈예 소장은 “유망주들을 조기에 발굴하는 데도 스포츠과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요즘엔 자녀의 성장 가능성을 궁금해 하는 부모들이 많아서 성장판 검사 서비스를 체육과학연구소에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육과학연구소에는 우수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종목별 기능을 테스트하는 전담 부서가 있다. 향후 중점 연구 과제를 묻자 톈예 소장은 “국민 건강 증진”이라고 답했다.
중국에선 체육과학연구소 중심으로 5년마다 국민들의 운동 능력과 체질 등을 검사해서 건강백서를 내놓는다. “이제까지 엘리트 스포츠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경기체육과 사회체육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톈예 소장은 “스포츠과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원·과학·행정 3박자 中은 거대한 '체육공장'
1993년 처음 중국 베이징체육대학으로 유학 길에 올랐을 때 중국 체육시설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천장과 창문, 낙후된 훈련장비, 낡은 트레이닝복과 운동화 등등. 어떻게 이런 시설과 환경에서 세계 기록과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가 배출될 수 있을까 의아했다.
그 비결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우수 선수를 발굴하고 훈련시키는 과학적인 시스템, 이를 지원하는 행정체계에 있었다.
중국 체육은 지방 정부 중심으로 운영된다. 지방 정부마다 운동부를 육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팀과 선수들은 연령대별로 체육학교(원)와 경기학교(원)에서 학업과 훈련을 병행한다. 세계적 스타로 성장한 야오밍이나 류샹은 상하이시 정부 산하 체육학교 출신이다. 취학 전 유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선수들이 우수 선수 선발 과정을 통하여 선발되고, 각 지방 정부 지원하에서 육성된다. 지방 정부가 이처럼 선수 육성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4년마다 열리는 전국체육운동회 열기가 올림픽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방 정부의 체육학교와 지방 정부 대표팀을 거쳐 육성된 선수들이 종목별 중국 국가대표 선수 구성의 근간이 된다. 중국 스포츠를 총괄하는 부서는 '국가체육총국'으로 1청(廳), 10국(局)으로 편제돼 있다. 산하에 우리의 경기단체연맹에 해당하는 종목별 관리센터와 '국가체육과학연구소' '운동의학연구소' '베이징체육대학'등의 직속 기관을 거느리고 있다. 각 지방에도 중앙 정부의 국가체육총국과 같은 체육국이 있으며, 자체적으로 체육과학연구소를 운영할 정도로 스포츠과학에 역점을 두고 있다.
(원광대학교 뷰티디자인학부 교수)
▲ 중국 스포츠 과학 현장 르포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