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춤 추시겠습니까?”
검은색 턱시도 차림의 중년 남자가 웨딩 드레스를 입은 10대 소녀에게 묻는다. 소녀가 흔쾌히 승낙하자 둘은 사이좋게 춤을 춘다. 두 남녀의 정체는 아버지와 딸. 넓은 홀에는 이 부녀 말고도 여러 아버지와 딸들이 다정하게 춤을 춘다. 요즘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도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순결 무도회(Purity Balls)’의 한 장면이다. AFP통신은 이 무도회가 딸들이 아버지와 함께 혼전 순결을 서약하는 자리라고 23일 소개했다.
대학 교수인 마이크 파처(Parcha·43)도 작년 11월 콜로라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순결 무도회에 두 딸 크리스티(18)·로라(11)와 함께 참석했다. 다른 아버지들처럼 딸들과 춤을 춘 뒤〈사진〉 '순결 반지'와 '순결 팔찌'를 딸들에게 끼워줬다. 파처는 "이 행사가 우리 가족의 신앙을 굳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전미금욕정보센터(NAC)는 작년 한해 순결 무도회가 1400여회 열렸으며 올해는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금욕 바람은 미국 최고 명문대학인 하버드에도 분다. 학생 간에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맺는 풍조가 만연하자 학생들이 나서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진정한 사랑 혁명(True Love Revolution)'이란 단체를 만들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