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41곡의 표절 의혹을 적시한 동영상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표절을 일삼는 가요계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와중에 41곡만이 표절로 의심될 리는 없다는 상식이 사실로 확인됐다. 표절 가요 관련 데이터를 집대성한 인터넷 블로그가 있다.

‘표절’이라는 뜻의 영어(plagiarism)를 문패로 달고 있는 이 블로그는 표절, 샘플링, 리메이크 의혹 가요들을 원곡과 비교, 청취할 수 있게 돼있다. 무려 400여곡이다. 20일 폭로 영상이 의혹을 제기한 41곡도 물론 포함됐다.

과거 표절 파문을 일으킨 김민종의 ‘귀천도애’(튜브 Summer Dream), 룰라의 ‘천상유애’(닌자 お祭り忍者), 이오스의 ‘넌 남이 아냐’(사란큐 上京物語) 등을 비롯해 핑클의 ‘루비’(자드 Hold Me), DJ DOC의 ‘슈퍼맨의 비애’(태그 팀 Whoomp! There It Is),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폴 영 Everytime You Go Away), 엄정화의 ‘눈동자’(이니그마 Sadness), R.ef의 ‘이별 공식’(리얼 맥코이 Another Night), 박진영의 ‘엘리베이터’(솔트 앤 페퍼 Whatta Man), 백지영의 ‘대쉬’(마크 앤서니 Vivir Lo Nuestro), 장윤정의 ‘꽃’(킨키 키즈 ボクの背中には羽根がある) 등 히트곡들이 즐비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과 비슷한 가요도 눈에 띈다. 조관우의 ‘늪’(‘오 나의 여신님’ 주제곡 Illusion), 델리스파이스의 ‘고백’(‘나디아’중 내일로), 장혜진의 ‘마주치지 말자’(‘하울의 움직이는 성’중 인생의 회전목마) 등이다.

해외 활동이 두드러진 한류가수들의 노래들도 표절 의혹을 벗지 못했다.

비의 곡은 한 두개가 아니다. ‘안녕이란 말 대신’(퍼프 대디 I'll Do This For You), ‘태양을 피하는 방법’(블랙 아이드 피스 The Apl Song), ‘Don't Stop’(넬리 퍼태도 Promiscuous) ‘With U’(패럴 Number One), ‘나’(엔 싱크 Pop) 등 여러 노래가 의심 받고 있다.

신화의 ‘Wild Eyes’(데스티니스 차일드 Bug A Boo), ‘Hey Come On’(조이 켈람스 Break It On Down) ‘Young Gunz’(제니퍼 로페즈 I'm Glad)도 마찬가지다.

이정현의 히트곡 ‘와’(하마사키 아유미 DJ Sakin), 보아의 데뷔곡 ‘ID Peace B’(핑크 Most Girls)도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근 뮤직비디오 표절 의혹으로 고소당한 아이비의 노래들도 다수 의혹에 휘말렸다. ‘좋아’(백스트리트 보이즈 We've Got it Goign On), ‘큐피도’(브리트니 스피어스 Toxic), ‘Ever’(시에라 1,2 Step, Hotline), ‘Down Down Down’(아이비퀸 Pa La Cama Voy) 등이다.

이 사이트는 표절이 의심되는 뮤직비디오 영상도 폭로했다. 아이비의 ‘파이널 판타지Ⅶ’(어드밴스 칠드런)과‘아하’(비욘세 Naughty Girl), 비(어셔), 에픽하이의 ‘Fly’(REM BAD Day), 안재욱의 ‘친구’(너바나 MTV Unplugged In New York), 손호영(저스틴 팀버레이크), 박지윤의 ‘성인식’(토니 블랙스턴) 등이다.

운영자는 “표절을 임의대로 판정내리는 곳이 아니라 일종의 필터링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 비슷한 곡이 있으니 한번쯤 비교해서 들어보고 각자 판단을 하면서 대중가요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블로그의 취지를 밝혔다.

또 “표절가수는 결코 선의의 피해자가 아니다. 분명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최종적 범죄자다.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운 저작권 범죄는 살인, 강도보다 잠재적 위험도가 높다”며 “작곡가, 작사가, 편곡, 기획자가 수면 위로 나오지 않아 가수 혼자 몰매를 맞는다는 것은 바뀌어야 할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수가 잘못이 없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이 극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군대에서 흔히 걸리는 ‘봉와직염’으로 답을 대신했다. “상처가 났을 때는 더 곪기 전에 칼로 째야한다”며 “극단적인 치료방법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처방했다.

“음악관련 일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운영자는 직접 경험한 한국가요계의 현실도 묘사했다. “꼴에 동료라고 서로 두둔하며 옹기종기 모여 MTV와 빌보드를 번갈아가며 보며 돈 될 만한 '꺼리'를 찾는 한심한 무리들이 속한 곳. 쓴 소리를 뱉었다가는 매장당할 각오를 해야 하고, 그게 겁나 결국 곪아가는 제 팔다리를 어찌하지도 못하는 불쌍한 인간들”이라는 현실 전달 혹은 비아냥이다.

그는 “현재 저작권법은 ‘이렇게 하면 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참조사항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블로그가) 만약 저작권 침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다면 죄값을 치르고라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