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이 이병규에게 '그린카드'를 줬다.
본래 야구에서 그린카드란 선수 본인 판단에 따라 도루를 얼마든지 시도해도 좋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병규의 경우엔 도루 얘기가 아니다.
이병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오치아이 감독은 "시범경기 성적은 관계없으니 한국에서 치던 스타일을 찾아라"며 기 살려주기에 나섰다. 얼마든지 밀어줄 테니 시범경기에선 소신껏 하란 얘기다.
화요일(20일) 도쿄 진구 구장에서 이병규는 "감독님은 본래 내가 한국에서 갖고 있던 타격폼을 되찾으라고 했다. 최근 며칠 동안 잃어버렸던 내 고유의 폼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일본으로 건너온 뒤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병규는 "한국 시절 내 타격폼을 잊고 살았다. 안타 하나는 쳐야 하는데... 하는 마음에 급했던 것 같다. 그게 감독님 눈에 읽힌 거다. 며칠 전 '네 한국 시절 폼대로 쳐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겨우 알아챘다"고 밝혔다.
그 후 과거의 여유롭던 타격폼을 기억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병규는 "삿포로 원정 마지막 게임(18일 니혼햄전)부터 본래 폼을 찾고자 애를 썼다"고 말했다.
한국 시절 폼을 찾으라는 건 결국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라는 뜻. 과거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일본 리그 코칭스태프는 한국 선수가 입단했을 때 타격폼, 투구폼을 현지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려는 경우가 많았다. 오치아이 감독은 정반대인 셈. 오치아이 감독은 또 이병규에게 "2타수 무안타든, 4타수 무안타든 상관없다. 매 경기에서 상대 투구 스타일이나 타격폼 등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공부를 한 가지씩 하면 된다"고 일렀다고 한다.
이병규는 "감독님께서 나를 믿어주셔서 너무 고맙다"라고 말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병규는 이날 야쿠르트와의 원정 시범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팀이 1대4로 패한 이날 이병규는 유일한 점수를 직접 낚아올렸다. 0-2로 뒤진 3회초 2사 2루서 야쿠르트 신인 오른손 선발 이토를 상대로 적시 중전 안타를 기록. 지난 18일 니혼햄전에서 1타점 2루타를 터뜨린 데 이어 2경기 연속 타점이다. 시범경기 5호 안타이며 타율은 1할5푼2리가 됐다.
낯선 환경에서 뛰고 있는 이병규는 "스트레스는 없다. 야구는 내일도 하는데 매일매일 걱정하면 더 나빠진다. 야구장에 나가는 순간, 스트레스는 풀린다"라며 웃었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