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의 종말
'소유의 종말' 이 책은 앨빈 토플러, 울리히 벡 등과 더불어 대중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현대의 사회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제레미 리프킨의 대표적 저술이다.
리프킨은 경제, 노동, 사회, 환경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수많은 저서를 통해 현대사회와 미래를 다각도로 분석하였는데, 특히 그의 주저(主著)라 할 수 있는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노동의 종말〉, 〈바이오테크 시대〉 등의 저술은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하였다.
1995년 발표된 〈노동의 종말〉이 노동시간 삭감을 위한 사회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면, 2000년에 발표된 〈소유의 종말〉은 '접속화' 되어 가는 세상이 초래할 새로운 자본주의의 위기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소유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의 원제는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이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단순한 '정보화' 시대가 아닌 '접속화 시대'라고 규정한다.
'정보화'가 컴퓨터나 인터넷의 접속에 한정된 개념인 반면 우리가 목격하는 세계 - 인터넷은 물론 자동차, 주택, 전자제품 같은 다양한 실물 영역에서 '접속화'의 추세가 일관되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접속'은 소유의 시대였던 산업 사회와 미래 사회를 적절하게 대비하여 주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리 공간에 바탕을 둔 근대 사회에서 기반이 된 삶의 형식은 '소유'였으나 전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교육의 중심이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한 현대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양식은 '접속'이다. 여기서 접속이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로 소유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된다. 리프킨에 따르면 기술발전이 엄청나게 가속화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항구적으로 소유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접속하기를 원하며, 앞으로 경제생활은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와 경험에 대한 접속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사회변동과 더불어 접속할 권리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양극화, 상업 영역이 문화를 포함한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상업화하며 결정권을 행사하게 될 위험 등을 언급하며 '접속의 시대'에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모색하고자 한다.
리프킨의 주장에 따르면 접속의 시대에 이르러 인류의 역사는 산업 생산의 시대에서 문화 생산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산업 생산에서 문화 생산으로 탈바꿈하면서 나타나는 중요한 변화는 노동의식이 유희의식으로 바뀌고 물질보다는 문화적 자원과 체험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는 상품을 교환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에서 경험 영역에 접속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로 변모하게 된다.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질의 차원보다 시간의 차원이 더 중요해지고, 사람들은 서로의 시간과 식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필요한 것을 빌린다. 그것을 매개하는 것이 돈이며, 그에 따라 지적 재산과 개인적 경험이 중요한 위치로 부각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족 관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이 금전적 계약에 의거한 거래관계로 환원되게 된다는 것이 리프킨의 주장이다.
요즘은 담임 선생님을 대신 만나주는 학부모 대행업체가 생겼는가 하면 결혼식 하객 노릇을 해 주는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고 한다. 리프킨의 지적처럼 믿음, 공감, 연대의 감정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상호관계가 회원, 등록, 수임료, 요금에 기반을 둔 계약 관계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문화를 거래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금전적 인간관계가 전통적 사회의 관계를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리프킨은 다국적 미디어 기업이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문화 영역을 잠식해 들어가서 결국 접속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독점 권력을 얻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문화는 늘 상업에 선행했고 상업은 문화의 파생물이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문화는 상업화를 위한 재료 공급원으로 전락했고, 그러한 상업화의 과정에서 다양성을 잃고 다른 자연 자원처럼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리프킨은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 인류의 문화 자원이 상업 영역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도록 균형을 지키는 것이 접속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