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의 달인을 만난 자리이니 만큼, 이목구비가 도드라져 보일 수 있는 방법부터 물었다. 사실 화장술 발달도, 성형수술도 다 예뻐지기 위한 끝없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얼굴만 보고 견적을 뽑아 ‘이 부분에 음영을, 이 부분은 좀더 다듬어…’ 이렇게 얘기가 나올 거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왜 서양인처럼 보이려 하죠? 전 수많은 인종을 만나보고, 셀 수 없이 많이 화장을 해봤지만, 매번 아시아인들은 정말 아름답다고 느껴요. 특히 완벽한 피부결을 가졌죠. 요즘 가장 인기있는 트렌드인 ‘동안(童顔)’에도 딱 맞잖아요! 약간 동글동글하고, 피부도 탱탱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건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거죠. 게다가 완벽한 광대뼈를 가졌어요!(그녀는 예전에 최고의 모델로 수퍼모델 송경아를 꼽기도 했다) 눈밑 컨실러로 하일라이트를 주고, 통통한 광대쪽에 블러셔를 조금만 터치해도 정~말 어려보여요.”
얘기하다보니 오히려 동양형 얼굴 예찬론자 같았다. “지금 저 밖에 모델 사진 보이시죠. 전 주로 플랫(flat·편평한)한 스타일의 얼굴을 모델로 기용해요. 약간 동양풍이 느껴지지 않나요? 당신들은 그녀가 평범해 보일 진 몰라도, 저에겐 아주 변화무쌍한 얼굴로 보여요. 또 제 철학은 ‘어려보이기(being young)’인데 동양인의 스타일은 여기에 딱 맞죠.”
“우리 제품은 서양인 중심도 아니고, 아시아인 만을 위한 제품도 따로 개발하지 않아요. 파운데이션 제품만 해도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 얼굴엔 옐로 톤이 들어있는데서 착안, 컬러를 배합할 때 옐로 베이스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피부 본연의 상태를 가장 잘 살리게 되는 거죠.
그녀도 가까이 보니 외국인 치고 굉장히 젊어 보였다. 표정주름만 살짝 있을 뿐 쉰 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잡티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젊어보인다”고 하자 그녀는 즉시 뿔테 안경을 벗었다. “여기 보이죠? 눈가 주름. 오늘처럼 제대로 화장할 시간도 없이 바쁠때는 이렇게 안경으로 싹 가려요. 좋은 생각이죠?”
그래도 비법은 있을 터. “평범해요. 술·담배 안하고, 유기농 음식 먹고, 항상 즐겁게 사는 거죠. 굳이 따지자면 하루에 물 8잔은 꼭 마시고요. 녹차와 카모마일차를 즐겨 마셔요. 아, 그리고 제가 정말 애용하는 제품, 이 오일도 자주 쓰죠.”
그녀가 책상 위에 놓여있던 페이스 오일 뚜껑을 열었다. “나이가 들수록 건조함을 느끼기 쉬운데 그럴 때마다 전용 오일을 손에 펴 바른 뒤 눈가나 입가 주변에 살짝 대줘요. 립글로스, 엑스트라 밤(balm)과 함께 ‘머스트해브(must have)’ 아이템이죠. 마스카라도 잊지 않고요.”
“저는 무조건 가정이 우선이에요. 힘들때 가장 위로받을 수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가족이죠. 저희 직원들에게도 강조해요. 아이가 아프거나 집안에 큰 일이 있으면 무조건 집에 다녀오라고 말하죠.”
요즘 뉴욕에서 인기라는 ‘한국식 미용법’을 시도해 본 적 있나 물었다. 그녀가 대뜸 “뉴저지에 있는 한국식 사우나(킹사우나)가 최고에요”라며 말했다. “처음엔 엄청 충격이었죠. 다들 홀딱 벗고 있는 거에요! 건장한 아주머니들에 이끌려 마사지실로 향했는데, 영어도 잘 안 통하는 거 같은데 어떻게 제 마음을 그리 잘 아는 지 여기 저기 쓱쓱 미는 거에요. 몸 등판을 열심히 밀더니, 몸을 홱 뒤집어 앞판을 구석구석 문지르더라고요. 어찌나 시원한지…. 그리고 때를 민 뒤에 아로마 오일 마사지까지 해줘요. 특히 머리를 감겨주는 건, 정말 최고에요. 한 시간 정도 코스인데, 다 받고 나면 정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풀리죠. 피곤할 때 마다 자주 간답니다.”
인터뷰 후, 그녀는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우거든요. 거기서 한국말을 배워와요. 저한테도 꼭 가르쳐 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