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간이 짧은 곤충에게 교미는 가장 중요한 생활의 일부다. 대부분의 곤충은 한정된 짧은 시간 속에서 자손을 남기기 위해 오직 한 번 정열을 불태운 후 생명을 마감한다.
곤충의 교미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페로몬과 같은 화학적인 자극과 빛, 소리와 같은 물리적인 자극을 통한 신호체계가 활용된다. 암컷들은 대부분 수컷이 접근할 때 숫처녀처럼 수줍음을 타기 때문에 교미 전에 수컷들이 암컷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 전희(前戱)가 요구되는 것이다.
구혼의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개미사회처럼 혼인(婚姻) 비행을 통하여 가장 우세한 수컷이 여왕개미와 짝을 맺는 경우도 있고 귀뚜라미와 같이 구혼의 노래를 통하여 흥분을 고조시킨 후 교미에 들어가기도 한다. 구혼의 뜻으로 선물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바퀴와 파리 무리가 대표적이다. 바퀴는 수컷이 자신의 분비물을 암컷에게 전하고 교미를 하게 되며 파리는 수컷의 입 속에서 특수한 액체를 한 방울 토해내어 이것을 암컷에게 선사함으로써 교미에 들어간다. 특이한 예로 무화과나무의 씨를 먹고 사는 노린재가 있다. 이들의 수컷은 암컷에게 무화과의 씨를 선물로 주고 암컷의 더듬이를 살살 비벼댄다. 이때 암컷이 흥분되어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면 수컷은 암컷과 교미를 시작한다.
곤충들의 구혼행위는 먼저 수컷이 암컷을 자극하면서 일어난다. 그러면 암컷이 수컷에게 더 많은 자극을 가해 줄 것을 요구한다. 초파리의 경우 수컷이 암컷에게 접근하면 앞다리로 슬쩍 암컷을 가볍게 치고는 되도록 암컷 가까이에서 날개를 펴고 진동시킨다. 그리고 암컷 주변을 빙빙 돌면서 날개 춤을 추다가 나중에는 암컷의 생식기를 건드린다. 이와 같은 일련의 행동이 암컷의 흥분을 고조시켜서 교미가 성사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충이 된 직후와 교미 직후의 암컷은 성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아니다. 이 상태의 암컷은 수컷들을 차버리거나 아니면 특유의 행동으로 수컷들의 접근을 막는다. 예를 들어 초파리의 수컷은 암컷이 날개를 펴고 꽁무니를 들이대면 쉽게 교미를 할 수가 있지만, 성충이 된 직후의 암컷은 교미를 피하기 위해 날개를 가볍게 떨고 배를 옆으로 살짝 비튼다. 또한 이미 교미를 마친 나비류의 암컷은 배의 끝마디를 위로 들어올려서 더 이상 교미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한다. 이러한 암컷의 행동으로 교미와 혼인의 시기가 조절되고, 이들이 벌이는 사랑의 향연도 자연의 한 질서로 자리 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