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임기말 진용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한명숙(韓明淑) 총리를 교체키로 한 데 이어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도 이달 중순 교체키로 했다. 내각과 청와대의 간판을 함께 바꿈으로써 마지막 1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유력한 후임은 ‘한덕수(韓悳洙) 총리·문재인(文在寅) 비서실장’ 카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두 사람에 대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키포인트는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비서실장 기용이다. 문 전 수석은 자타가 인정하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이미 두차례에 걸쳐 2년5개월 동안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민정수석을 거치고 작년 5월 물러났다. 그는 정치적 색채는 약하지만 노 대통령 인맥의 핵에 위치한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대신해 친위그룹 장악력을 유지하고, 한편으로는 내각 친정(親政)체제 구축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임기말 권력관리 측면에서 적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문 전 수석의 청와대 비서실장 복귀 카드는 한명숙 총리 후임으로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가 유력한 상황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 같다. 한 전 부총리는 후임 총리 인선 초기만 해도 무게가 많이 두어지지 않았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 총리로서 중량감의 문제 등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우식(金雨植) 과기부총리가 한 때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실장에 김 총리’로 갈 경우 청와대 출신들이 요직을 장악하는 모양새가 돼 좋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코드형’과는 거리가 멀고 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한 전 부총리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한덕수 전 부총리, 김우식 부총리와 함께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은 11월까지가 임기인데다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 호남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 때문에 중간에 밀렸다. 이규성(李揆成) 전 재경부장관도 한때 검토됐으나 초기에 제외됐다 한다.
청와대 측은 후속 개각이나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현재로서는 계획된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 비서실의 경우, 대선이 다가오고 있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부분적 교체인사는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새 비서실장에 문재인 전 수석의 복귀가 유력하고, 총리 후보에 노 대통령이 직접 기용했던 사람들만 검토되고 있다는 점에서 ‘회전문형 인사’ 스타일을 임기 막판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