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한 ‘과격’ 혁명단체가 있다. ‘린든 렙’이라는 독선적인 회사에 저항하며 이 회사가 운영하는 상점을 폭파하고 계약자들의 머리에 현상금까지 걸었다.
#장면 2. 얼마 전 프랑스 극우 정치인 장 마리 르펜(Le Pen)의 사무실 앞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총과 폭발물까지 갖고 몰려와 반(反)르펜 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러다 르펜 지지자들이 몰려와 한바탕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사건들은 뉴스에 한 줄도 실리지 않았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모두 가상세계인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서 벌어진 일들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IT기업 린든 렙이 만든 세컨드 라이프는 가입자들이 온라인에 접속, 사이버 분신인 ‘아바타(avatar)’를 통해 말 그대로 ‘제2의 삶’을 사는 3차원 게임이다. 게임 속 세상은 원래부터 현실과 매우 흡사하게 설계됐다. 이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게임 속 인간들의 행태 또한 점점 현실 세계를 닮아가고 있다고 독일 슈피겔 온라인이 최근 보도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도 돈과 섹스, 그리고 범죄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가상세계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실제 미국 달러와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종 물품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진짜 백만장자가 된 사람도 있다.
창녀와 마약상, 어린이와 성인 아바타가 성관계를 맺는 방까지 등장했다. 이 게임은 18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지만, 네덜란드 연방법원은 가상세계에서 어린이 아바타와 성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로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시범적으로 심리 중이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갈수록 닮아가며 그 경계마저 모호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