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정(舊正)이 지났어요. 설에 드실 음식 준비로 할머니, 어머니들은 분주하고 피로하셨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지요. 모처럼 만난 가족 친지들과의 재회(再會) 때문 아닐까요.

‘다시 만난다’는 뜻의 ‘재회’는 누구에게나 기쁨과 설렘을 줍니다.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지중(至重)하다”고 했어요. 정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요. 하지만 나만을 위하려는 생각이 가득하면 다툼과 욕심이 생기고,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간혹 다시 만나기를 꺼려하는 사이가 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자, 그럼 재회(再會)는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재(再)는 읽는 소리에요. ‘두 번’ ‘거듭하다’ ‘다시 하다’는 뜻을 가진 상형문자(象形文字)이지요. 재(再)는 원래 하나를 들어 올리면 좌우가 동시에 올라가는 모양을 본 떠 만든 글자인데, ‘어떤 일이 일어나서 거기에 겹쳐 또 하나의 일이 일어나다’는 의미이지요. 회(會)는 시루를 본뜬 전(田)과 열을 가해 수증기를 내는 기구인 왈(曰)자를 합해 만든 회의문자 (會意文字)입니다. ‘거듭하다’ ‘일찍’ ‘더하다’는 의미이고요. ‘알다’ ‘곧’ ‘일찍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전(田)이 ‘밭’이 아닌 ‘시루’를 본뜬 것이란 점이 좀 생소하지요?

참 요즈음은 다른 나라에 가는 일이나 소식을 전하는 방법이 너무나 간편해졌어요. 정말 세계가 한 지붕 속에서 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옛날사람들처럼 따뜻한 마음과 마음을 서로 나누면서 살고 있는 걸까요? 옛날에는 ‘다시 만나’려면 열흘 혹은 몇 달씩 걸렸어요. 힘이 드는 만큼 기쁨도 컸겠지요. 지금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시시각각(時時刻刻) 서로 소식을 전할 수 있어요.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지요. 아마 우리의 후손(後孫)들은 더 빠르고 좋은 문명의 혜택을 받고 살거예요. 그렇다면 그들에게 재회(再會)는 얼마만큼의 즐거움을 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