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인터뷰를 위해 통역을 찾는 것은 이제 촌스럽다.
집 근처 은행에 들러 계좌를 트고, 팀 동료를 집으로 초대하고, 한국어 자막 없이 영화를 본다. 구단 프런트와 소소한 일을 의논하고, 현지 기자가 다가와도 당당하다. 세계 최고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박지성(맨유)과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 생존의 무기 영어 실력도 프리미어리그 수준이다.
맨유의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박지성의 영어실력은 중급 이상. 21일(한국시각) 릴(프랑스)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 후 국내 TV를 통해 외국 언론과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소개되기도 했다. 매사에 열심인 그답게 언어에 대한 욕심도 상당하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초기부터 따로 영어 가정교사를 두고 있다. 요즘에도 일주일에 2~3차례씩 따로 시간을 내 영어를 배운다.
박지성은 최근 인터뷰에서 "훈련이 끝나면 예전에는 잠을 자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 시간이 아까워 영어를 공부하거나 책은 본다"고 했다. 지난 해 독일월드컵 때도 박지성은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영어로 대답하곤 했다.
물론 박지성이 에브라 등 팀 동료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영어 실력을 갖췄기에 가능했다. 일본(교토 퍼플상가)과 네덜란드(에인트호벤) 리그를 거친 박지성은 언어에 관한 한 할 말이 많다. 일본어는 중상급이고, 네덜란드어로도 약간의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일본 시절 일본어 구사 능력이 단기간에 좋아져 '일본인 여자친구가 생긴 것 아닌가'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던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요즘도 A매치 때면 일본 언론을 상대로 일본어 인터뷰를 하곤 한다.
이영표는 네덜란드 시절부터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이영표의 영어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이다. 네덜란드 진출 초기 현지어를 배워보려고 했지만 워낙 어려워 영어쪽으로 집중했단다. 물론 영어에 익숙한 네덜란드 동료들과 별 어려움없이 어울렸다.
유창한 영어 실력 덕분에 잉글랜드 진출 후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영표의 소속사인 지쎈의 한 관계자는 "휴식 때는 영어 성경을 읽고, 영어로 된 영화를 보며 실력을 다진다. 통역이 필요한 단계는 벌써 지났다. 팀 동료인 미도가 집에 자주 놀러오는데 말이 안 통하면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했다.
프리미어리그 3총사 가운데 영어 실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는 설기현이다. 설기현은 챔피언십 시절부터 직접 부딪치며 영어를 익혔다. 나홀로 일을 처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선지 소속사의 도움에 손사래를 친단다. 은행계좌 개설부터 여권문제, 소속 팀 프런트와의 일처리까지 모두 알아서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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