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같은 광활하고 스펙터클한 컴퓨터 그래픽만 상상했다면, ‘에이…’ 하고 돌아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판타지 속에 살아 숨 쉬는 ‘성장 드라마’를 알아챘다면 오랜만에 ‘순수의 시대’에 빠져들 것이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Bridge to Terabithia)’는 미국의 권위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동화 ‘테라비시아로 가는 다리(한국어판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를 비교적 충실히 따른 작품이다. 전체관람가.
새 운동화 하나 장만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데다, 여자 형제들 사이에서 주눅들어 사는 평범한 시골 소년 제시(조시 허처슨). 그러던 어느날 독특한 외모에, 남다른 상상력을 가진 도시 소녀 레슬리(안나소피아 롭)가 전학오면서 그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긴다. 둘은 금세 친해지고, 방과 후 인근 숲 속에서 둘만의 비밀의 공간을 만든다. 겉보기엔 평범한 숲이지만, 내면의 눈으로 바라본 순간 그곳은 환상적인 비밀의 왕국 ‘테라비시아’로 변해버린다. 그들이 바라는 상상은 그대로 현실이 되고, 꿈 속에나 나올 법한 요정과 괴물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를 넘나들면서 제시는 그동안 바라왔던 ‘힘’, 바로 ‘진정한 용기’를 얻게 된다. 둘 사이엔 우정이 한층 싹트고, 내면속 자아도 차츰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성장은 준비를 허락하지 않는다. 폭풍처럼 닥쳐오는 갑작스런 이별의 고통을 받아들일 때, 제시는 훌쩍 커 버렸다. 영화 끝자락에 접어들면 원제가 왜 ‘테라비시아로 가는 다리’인지 이해할 수 있다. 동심(童心)과, 성장을 이어주는 매개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