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의 배우 안나 니콜 스미스(본명 Vickie Lynn Hogan, 39)가 8일(현지시간) 오후 갑자기 사망했다.
CNN 등 주요 외신들은 9일(한국시간) 스미스가 미국 플로리다주 할리우드에 있는 세미놀 하드록 호텔 카지노 객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스미스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개인 경호원에게 심폐기능 소생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숨졌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외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심장마비에 의한 돌연사 가능성이 크지만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9일 부검에 들어간다”며 “사인을 규명하는 데 일주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즉시 스미스가 묵었던 호텔방을 폐쇄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스미스는 1967년 텍사스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이혼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스미스는 폭행사건에 연루돼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16세에 치킨가게 종업원 빌 스미스와 결혼해 아들 대니얼 웨인 스미스를 낳았지만 2년 뒤 이혼했다. 스미스는 이후 식당 웨이트리스와 스트립댄서로 일하며 아들을 어렵게 혼자 키웠다.
당시 스미스는 대접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낮시간에 스트립댄서로 일했다. 그러나 1991년 어느날 우연히 낮시간에 그곳에 들른 텍사스 석유 재벌 J.하워드 마셜 2세를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은 반전을 맞았다. 마셜의 도움으로 스미스는 1992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표지모델로 발탁됐다. 180cm의 늘씬하고 육감적인 몸매와 금발머리, 백치미를 겸비한 그녀는 ‘제2의 마릴린 먼로’로 불리며 미국 남성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스미스는 이듬해 '플레이보이'가 선정하는 ‘올해의 플레이메이트’로 선정됐다. 곧이어 의류 브랜드 게스의 전속모델로 활동했고 ‘허드서커 대리인’(1994), ‘총알 탄 사나이3’(1994) 등 여러 편의 영화와 TV광고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다 1994년 26세의 스미스는 당시 89세였던 하워드 마셜 2세와의 결혼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현대판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결혼 14개월 만에 남편이 사망했고, 이후 스미스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유산을 두고 남편의 전처 아들 피어스 마샬과 치열한 법정싸움을 시작했다. 첫 재판에서 스미스는 4억74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8900만 달러로 줄어들었고, 소송 당사자인 피어스 마샬이 지난해 6월 사망하면서 재판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연방 법원에 계류됐다. 결국 스미스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질긴 법정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스미스의 체중은 한때 100kg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렇게 대중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던 그녀는 2002년 리얼리티 프로그램 ‘안나 니콜 쇼’로 돌아왔다. 31kg 감량에 성공해 체중감량 보조제 회사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가슴 노출 사건 등 갖가지 돌출행동으로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되찾은 스미스는 2005년 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스타 칼럼니스트로 선정되면서 변신을 꾀했다. 재기에 성공한 스미스는 지난해 아기 아빠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임신을 발표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행복은 짧았다. 지난해 9월7일 바하마의 한 병원에서 딸 대니 린을 출산했지만, 새로 태어난 여동생을 보러 병원에 온 아들이 스무 살의 나이로 병원에서 갑자기 사망한 것. 아들의 죽음에 대해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고사, 타살, 자살 등 다양한 소문이 나돌았고, 결국 사인은 미스테리로 남았다. 스미스는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충격 때문에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한때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스미스는 딸의 친아버지를 밝히는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스미스는 뒤늦게 자신의 변호사 하워드 K.스턴이 딸의 친아버지라고 밝혔지만, 전 남자친구인 사진작가 래리 버크헤드가 자신이 아이의 생부가 분명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근 스미스에게 친부 확인을 위한 DNA 검사를 받으라는 강제 명령을 내렸고, 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증인 심문이 예정된 상태였다. 정신적 고통이 더해진 스미스는 매일 밤 호텔에서 밤늦게까지 파티를 벌이다 갑작스럽게 숨을 거뒀다.
스미스의 한 측근은 “스미스가 갑자기 몰아닥친 불행을 감당하지 못하고 정신착란증세를 보이는 등 심각한 우울증을 겪어왔다”고 전했다. 삶도 죽음도 ‘제2의 마릴린 먼로’였던 안나 니콜 스미스의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렇듯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