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3일 네번째 항법(航法·navigation)위성인 베이더우(北斗) 위성을 실은 ‘창정(長征)3호 갑’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미국이 사실상 독점해 온 위성항법 시스템인 GPS(위치정보 시스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치열해지는 경쟁
사람들이 흔히 일반명사로 생각하는 GPS는 사실은 미국이 1994년부터 운용 중인 위성항법 시스템을 일컫는 용어다. 그러나 갑자기 GPS 사용이 제한된다면 단번에 국가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 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미국이 특정 지역의 위성 전파에 선택적으로 스크램블(전파의 수신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암호화하는 것)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이 이라크전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탓에, 중국은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 '베이더우 프로젝트'에 따라 2000년부터 지금까지 총 4기의 위성을 쏘아올렸다. 지난 3일 오전 0시28분 쓰촨(四川)성 시창(西昌) 우주기지에서 쏴 올린 베이더우도 예정했던 궤도에 안착했다.
2008년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35개의 위성을 우주에 띄워 전 세계를 커버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갈릴레오 시스템은 30억 유로를 들여 모두 30개의 위성을 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아르헨티나, 호주, 러시아 등도 참여하고 있다. 당초 2008년까지 완성 목표였지만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인해 2011년으로 연기됐다. 중국은 갈릴레오 계획에도 총 296만 달러를 투자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76년부터 미국의 GPS에 맞설 '글로나스' 시스템을 추진해왔지만 1990년대 초반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계획이 중단돼 16개의 위성만으로 반쪽 운영된다.
◆군사적 용도에 주목
미국이 개발 중인 미사일 방어계획(MD)은 GPS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중국의 베이더우 프로젝트가 새삼 서방을 긴장시키는 이유도 군사적 활용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위성 요격 실험 성공 이후 중국의 '우주 패권' 야심과 맞물려 베이더우 프로젝트가 다시 주목받는다.
미 국방부는 작년 펴낸 중국 군사력 분석 보고서에서 "베이더우 시스템은 군대와 선박, 느리게 움직이는 운송수단에 가장 적합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지도부가 안전하게 명령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짜여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좀더 정확한 위성항법 시스템은 중국군에 중요한 자산"이라며 "베이더우 시스템은 전쟁 발발시 적들이 교란하기가 어렵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