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물 건너 고생하는 현장. 바로 이승엽이 몸담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다.

요미우리 스프링캠프에서는 매일 아침 A4 용지에 복사된 당일 훈련 일정표를 배포한다. 시간과 훈련 내용이 목차식으로 인쇄된 간단한 표다. 그러나 처음 봤을 때 '해독'하는데 정확히 15분이 걸렸다. 한국 기자들 서너 명이 머리를 맞대고 추리했다. 그래도 모르는 건 일본 기자들에게 물어봐서 알아냈다.

맨 첫 순서인 오전 9시 '미팅 후 출발'은 그야말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두 번째 줄 9시30분 'W-Up, 란닝구'까지는 '워밍업과 러닝'으로 때려잡았다. 하지만 11시35분 펑고 순서의 수비 위치도에서 베이스마다 쓰인 'BP'에서 딱 막혔다. 메이저리그 본토 용어로 BP는 '타격 훈련(Batting Practice)'의 약자다. 그런데 수비 훈련인 펑고 위치도에 웬 타격 훈련?

일본 기자에게 물어보니 '베이스 플레이어(Base Player)'의 약자라고 '명쾌한' 해석을 내렸다. 'Baseman'과 'Position Player'를 교묘하게 섞어 놓은 일본식 영어.

그들만의 암호는 계속된다. 12시 'FB(Free Batting)', 그 다음엔 조별로 나눠 'MB'가 있단다. MB라? 한참 고민해야 했다. 'Machine Batting' 즉, 피칭머신을 상대로 치는 훈련이라는 소리를 듣자 맥이 탁 풀렸다.

맨 마지막 순서가 압권이다. 'W-tr', 즉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물론 이 모든 게 미국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약어들이다. 퍼스트를 '하수도'라 하고, 더블플레이를 '겟 투(Get two)'라고 불렀던 일본 야구지만 이런 기상천외한 영어 약자들까지 개발해서 쓰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냥 넘어가기 조금은 미안했던지 한쪽 귀퉁이에 일부 약어에 대한 각주를 달아놓은 게 애교스럽다. < 미야자키(일본 규슈)=박진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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