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의 윤리학자 피터 싱어 (Peter Singer)가 쓴 책이다. 이 책은 동물 학대, 임신 중절, 안락사, 빈민 구제 문제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실천 윤리(practical ethics)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피터 싱어의 저작은 현재까지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만 10여 종이 넘을 정도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75년 발간하여 서구 사회에서 동물의 권리와 채식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동물해방”이나 사회 생물학의 입장에서 윤리 문제를 접근한 “사회 생물학과 윤리”, 세계화의 문제를 다룬 “세계화의 윤리”등에서 피터 싱어는 민감하고 현실적인 윤리적 주제들에 대해 독특한 주장을 제시함으로써 학계와 일반 독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관심사가 현대 사회에서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 문제들에 대한 접근 방법과 내용이 독특하다는 점, 이론 윤리학의 문제가 아닌 실천 윤리학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피터 싱어의 책은 논술 제시문으로 자주 활용되기도 한다.

피터 싱어는 도덕의 기준을 결과에 두는 전형적인 공리주의자이다. 그러나 그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보다는 모든 사람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하여 행동하여야 한다는 ‘이익 평등 고려의 원리(Principle of equal consideration)’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고전적 공리주의자와는 구별된다. 이익 평등 고려란, 우리가 도덕적 사고를 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행위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모든 사람들의 이익에 대하여 동등한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하고 먼 사람들의 가난을 고려하기보다는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먼저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의 가난한 사람을 먼저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여기서 아프리카인과 우리나라 사람을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하여 싱어는 ‘우리가 보통 어떻게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인종이 다르기 때문에 인종에 대한 차별이 생기고, 성(性)이 다르기 때문에 성에 대한 차별이 생기고, 국적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생긴다. 그러나 인종, 성,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가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나와 얼마나 가까운가, 어떤 인종에 속하는가 하는 것은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싱어는 그가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면 인종, 성, 국적에 관계없이 그 사람의 이익을 평등하게 고려하는 것이 올바른 도덕 원칙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터 싱어는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이 인간의 평등을 위한 근거이지만, 다른 한편 그러한 근거를 인간에게만 한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동물에게까지 적용시키고자 한다. “지진아나 정신착란자가 당신이나 나보다 본래적 가치를 덜 갖는다는 말은 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삶의 경험적 주체로서 동물도 본래적 가치를 덜 갖는다고 말할 수 없다. 본래적 가치를 지니는 존재는 그것이 인간이건 동물이건 모두 동일한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이성은 우리로 하여금 동물도 동일한 본래적 가치와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한다.” 인간에 대한 평등이 인간 사이의 유사성에 근거하는 것처럼 동물이 인간과 유사한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싱어는 동물 권리의 합리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자신의 이론이 인권 운동의 근거 또한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동물 권리 운동은 인권 운동의 한 부분이라고 역설한다.

최근 애완동물 등록제 시행을 두고 동물 보호에 관한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7년 전인 1991년 동물 보호에 관한 포괄적 내용이 ‘동물 보호법’이라는 이름으로 법률로 제정된 바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의 동물 해방과 동물의 권리 논의에 비한다면 아직 우리 사회에서 동물 문제에 대한 논의는 초보적 수준에 있다. 그런 점에서 피터 싱어의 글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새로운 흥미로 읽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