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중 국립국어원 국어생활부장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는 말이 있다. 지나치게 공손함은 오히려 예가 아니라는 말이다. 글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공손은 바람직하지 않다.

(1)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파도 치료를 잘 받지 못하고 힘들게 사시고 계셨다.

예문 (1)에서 ‘사시고 계셨다’를 살펴보면 동사 ‘살-’에 존대 어미 ‘-시-’가 붙었고 거기에 다시 존경하는 대상에 쓰이는 ‘계시다’가 결합되었다. 이런 경우 가능한 조합은 네 가지다.

(2) 살고 있었다 (3) 살고 계셨다 (4) 사시고 계셨다 (5) 사시고 있었다

(5)처럼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테니 제쳐두고, (2)는 ‘동사(-시-)+고 있(계시)’ 구성에서 앞의 동사에도 ‘-시-’를 붙이지 않고 ‘있다’와 ‘계시다’ 중에서도 존경의 뜻이 담기지 않은 ‘있다’를 썼다. (3)은 동사에는 ‘-시-’를 붙이지 않고 ‘있다’와 ‘계시다’ 중에서는 ‘계시다’를 썼다. (4)는 동사에도 ‘-시-’를 쓰고 ‘있다’와 ‘계시다’ 중에서도 ‘계시다’를 썼다. 존경을 표시해야 할 대상에 대해서 말할 때는 (3)과 (4) 중에서 (4)가 아니라 (3)처럼 말하는 것이 옳다. 존경의 표시는 한번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부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할머니께서는 자식들의 간청을 듣지 않으셨다’라고 하거나 혹은 ‘할머니께서는 자식들의 간청을 들으시지 않았다’라고 하면 되지 ‘할머니께서는 자식들의 간청을 들으시지 않으셨다’라고 할 필요가 없다.

‘-고 있’ 구성이나 ‘-지 않’ 구성에서 양쪽 모두에 존경을 나타낼 필요가 없다는 것은 그렇게 말하면 틀렸다기보다는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말은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