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여대생 이모(25)씨는 헤어진 남자친구의 끈질긴 스토킹에 시달렸다. 전 남자친구는 “헤어지자”는 이모씨의 요구에, 깨진 유리로 자해를 하기도 했고, “다시 안 만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

참다 못한 이씨는 사설 경호업체에 의뢰해 개인 경호원 3명을 고용했다. 외출할 때면 덩치 큰 경호원들이 몇 m 거리에서 이씨를 호위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에 흠칫 놀란 전 남자친구. 스토킹은 그제서야 잠잠해졌다.

평범한 사람들이 개인 경호원을 고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과거엔 정·재계 거물,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사설 경호업체의 주 고객층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여대생은 물론 초·중고생, 주부, 치매 노인까지 이용자 층이  넓어지는 추세다.

중소IT업체 사장인 최모(45)씨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막내딸(11)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개인 경호원을 고용했다. 개인 경호원은 딸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수업 시간 중에도 학교 부근에서 그림자처럼 수행한다.

2005년에 이혼한 정모(여·38)씨는 4주 조정기간 동안 남편 폭력에 대비해 여자 경호원을 고용했다. 여(女) 경호원은 24시간 내내 집에 상주하며 정씨의 안전을 지켰다. 최근 박철호(가명·15)군의 부모는 박군을 외할아버지 집에 맡기면서 경호원을 아들에게 붙였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던 박군 부모는 자식이 업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결혼식장에서 옛 애인의 난동을 막는 경호, 환자에게 협박 당하는 의사 경호 등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 17일 오전 서울 삼성동. 두 명의 경호원이 의뢰인을 호위하고 있다.

경호업체 S사 임모(35) 사장은 "경호를 의뢰하는 사람들과 그 이유가 매우 다양해졌다"며 "신변보호 시장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작년 이 업체에 들어온 신변 보호 의뢰 건수는 2001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경호업체 '디텍티브 레인저스'의 서진호(30) 대표도 "지난해 의뢰 건수는 전년도 대비 100% 늘었다"고 밝혔다.

과거에 비해 저렴해진 경호 비용도 대중화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경호 조건·기간·지역에 따라 비용은 다양하지만, 하루 평균 8~10시간에 15만~30만원 선. 몇 년 전만 해도 1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사설 경호업체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설 경호업체 수는 2002년 187개에서 지난해엔 360개로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개인 경호원 수는 중복을 포함, 2002년 1652명에서 2006년 6045명으로 4배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경호업체 대표는 “요즘 경호원들은 무술 실력은 기본이고, 컴퓨터·영어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철 용인대 교수는 “사회 활동이 다변화되면서 개인 간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고, 위험을 느끼는 개인이 늘고 있다”며 “공권력은 인력·장비의 한계로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호업체 ‘SGTS’의 강재구(29) 실장은 “경찰의 도움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없는 민사 사건에서 사설 경호업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에 선뜻 맡기기에 껄끄러운 일들도 사설 경호업체의 몫이다.

‘개인 경호 대중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과대한 개인 경호가 공권력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웅 한양대 교수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공권력을 믿지 않고 법을 믿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경호원을 고용하는 현상은 미래의 공권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