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흐에서 피카소까지’전에서 두세기전 프랑스에 살다간 한 소녀가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본지는 15일부터 17일까지 전시장을 찾은 20~30대 여성 관람객 중 5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3점을 물었다. 한 사람이 3표씩 던지는 이 투표에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로맨 라코 양의 초상’(1864년작)이 173표를 받아 1위를 했다. 푸른 빛 섞인 잿빛 눈동자가 또렷한 이 소녀는 상인의 딸이었다. 스물세 살 무명화가 르누아르는 라코 양 부모의 의뢰를 받아 이 그림을 그렸다. 자기 이름과 날짜를 써넣은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 이전 그림을 대부분 없앴던 르누아르가 습작 시대를 지나 이젠 화가로서 당당하게 그리겠다는 자신감을 화폭에 가득 담았다.

▲2. 반 고흐‘생 레미의 포플러’

2위는 137표를 받은 빈센트 반 고흐의 ‘생 레미의 포플러’(1889년작), 3위는 113표를 받은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1880년경)이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여인의 초상’(1917~1918년작)과 반 고흐의 ‘큰 플라타너스 나무’(1889년작)가 109표와 103표로 뒤를 이었다.

▲3. 로댕‘생각하는 사람’

투표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국 미술팬의 독특한 감성이 드러난다. 지오반니 세간티니의 ‘소나무’(1897년쯤)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에 살다 간 이 화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중 하나다. 일반인에겐 다소 낯선 이 작품이 60표를 받아 6위를 했다.

클로드 모네의 ‘빨간 스카프를 쓴 모네 부인의 초상’(1868~1878년작)도 이번 전시의 화제작 중 하나다. 모네의 아내는 모네가 이 작품을 완성한 얼마 뒤 세상을 떴다. 창문 너머 서있는 창백한 아내를 그린 이 작품을 모네는 평생 남에게 팔지 않았다.

대가의 마음에 묻은 쓸쓸함은 세월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한국 미술팬의 가슴까지 울렸다. 이 그림은 54표를 받아 7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