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밀란은 호나우두를 6월까지 임대 방식으로 데려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2000년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를 시작으로 지네딘 지단(프랑스), 호나우두(브라질),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등 수퍼 스타들을 명품 수집하듯 모아 오던 마드리드의 ‘갈락티코(Galactico·스페인어로 은하·銀河라는 뜻) 시대’는 일단락됐다.

2000년 회장 선거에서 승리한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주창했던 갈락티코 시대에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지단을 위해 이탈리아 유벤투스에 준 돈이 7150만 유로(868억원)였고, 피구를 잡기 위해 라이벌 구단 바르셀로나에 지급한 돈이 6500만 유로(789억원). 당시 사상 최고 이적료였다. 기존 멤버 라울(스페인)과 호베르투 카를루스(브라질) 등과 어울린 멤버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뤘다. 처음엔 ‘불세출의 축구 영웅 펠레와 마라도나, 베켄바우어를 한 팀에 모아 놓으면 얼마나 강할까’라는 축구 팬들의 몽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듯했다. 흰색에 스페인 왕가 문장까지 들어있는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은 외계인 팀과 맞서기 위해 구성된 ‘지구 대표팀’을 떠올리게 했다. 국내 팬들은 ‘지구방위대’란 애칭을 붙였다.

2004년 엔트리(24명) 몸값(이적료와 예상 이적료)만 10억 달러(9368억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호화군단이었다.

하지만 ‘지구 대표팀’의 파워는 예상보다 약했다.

피구를 영입한 2000~2001시즌엔 국내 리그를, 지단이 가세한 2001~2002년엔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호나우두를 모셔온 2002~2003년 다시 스페인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20%’쯤 부족한 성적이었다. 2003~2004시즌, 허리에서 궂은 일을 도맡던 클로드 마켈렐레(프랑스)를 내보내고 ‘잘 생긴’ 베컴을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의 성적은 리그 4위로 곤두박질쳤다. 전력 균형보다는 화려한 공격수 중심으로 선수들을 영입한 구단 정책이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연일 마드리드에서 호화판 파티를 열며 엉뚱한 가십으로 이름을 날렸다. 배 나온 호나우두, 몸싸움 피하는 베컴, 노쇠한 지단의 모습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 모인 홈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기에 이르렀다. 1999년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다가 2003년 팀을 떠난 스티브 맥마나만(잉글랜드)은 “레알 마드리드의 디즈니(Disney)화”라며 갈락티코 정책을 꼬집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06년 2월 페레즈 회장이 사임하고, 2006년 여름 라몬 칼데론 회장이 취임하면서 ‘현실 노선’으로 선회했다. 피구는 2005년 팀을 떠났고, 지단은 2006년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우승 청부사로 이탈리아에서 데려온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베컴과 호나우두는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적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여전히 스타선수들로 넘치고, 이적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더 이상 ‘환상의 팀’ 만들기는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축구는 팀 스포츠’란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