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선임연구원

글의 논리성을 판단하는 평가 기준들 중의 하나는 논리의 비약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은 평가자들이 논술 답안에서 가장 주목하는 문제이다. 사실상 일반 독자들도 그 기준으로 글을 자주 평가한다. 논리의 비약은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문제일 것이다. 글을 논리적으로 작성하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의 글을 꼼꼼히 읽으면 쉽게 논리의 비약을 발견한다. 논리의 비약은 자주 발견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하나의 글이 논리의 비약만 피할 수 있어도 읽는 평가자나 독자에게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논리의 비약이 무엇인지는 몇 주 전에 소개된 논리의 구조로부터 쉽게 알 수 있다. 하나의 주장을 또 다른 주장과 연결할 때 그 연결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논리의 비약이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굶주렸다"는 주장에 "(따라서) 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질 때 이 연결로부터 논리의 비약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주장은 객관적인 사실에 관한 주장이지만 두 번째 주장은 가치 판단에 관한 주관적인 의견이다.

첫번째 사실로부터 두번째 주장과 반대되는 가치 판단 등 얼마든지 다른 내용의 판단이 제시될 수 있다. 두 주장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려면 두 주장을 연결하는 매개 주장이 제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곤란한 처지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하고 굶주림은 그런 곤란한 처지이다"는 그런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음 글을 보자.

〈철도시설로 인하여 인류는 많은 이동을 하게 되었고 따라서 지역성이 많이 퇴화되었다. 실제로 외국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수용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지구촌 시대의 증거이다. 그런데 너무 외국문화를 수용하여 그 지역 고유의 문화가 퇴폐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근래에 인류는 철도시설에서 또 한번의 도약을 하였다. 초고속열차를 개발하여 300km/h의 속도로 물품과 인간을 이동할 수 있게 하였다.〉

여러 문제를 가진 글이지만 논리의 비약만을 주목하자. 위 글에서 필자는 철도시설이 인류의 이동을 쉽게 하고 따라서 외래 문화가 쉽게 유입되어 지역 문화가 사라졌다는 주장을 한다. 이어서 철도시설이 인류에게 끼친 다른 영향을 소개한다.

그러나 외래 문화가 쉽게 수용된다는 주장이 지역 문화가 사라진다는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필자는 두 주장을 매개하는 주장을 제시해야 하지만 또 다른 내용으로 글이 전환된다. 논리의 비약이다. 위 글은 아래와 같이 수정될 수 있다.

〈철도시설은 인류에게 먼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멀리 떨어진 지역을 쉽게 왕래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런 왕래는 인류에게 그 전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사람들은 처음에 새로운 문화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그 문화에 친숙해지면 기존의 문화를 쉽게 멀리하는 성향이 있다. 예를 들어,(생략) 이와 같이 한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가지 관점에서 이런 현상은 철도시설이 인류에게 끼친 부정적인 영향이다. 첫째,(생략) 둘째, (생략)〉

수정된 글은 여전히 논리의 전개가 다소 느슨하지만 처음 글보다 그 비약의 정도는 더 줄었다. 수정된 글이 보여주듯이 논리의 비약을 피하는 방법은, 계단을 하나씩 차근차근 오르듯이 그리고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글의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