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흡을 낮추고 가능한 침묵할 것.
(2) 호흡을 낮추고 가능한 한 침묵할 것.
(1)과 (2)는 어느 쪽이 옳을까. 혹시 다 맞는 것은 아닐까. (1)과 (2)가 다 맞는 말일 수는 없다. (1)이 틀렸고 (2)가 맞다. 그럼 왜 (1)이 틀렸을까.
'가능한'은 형용사 '가능하다'의 활용형으로 어간 '가능하'에 관형형어미 '-ㄴ'이 붙은 말이다. 관형형어미가 붙은 '가능한'은 그 뒤에 '가능한'의 수식을 받는 명사나 명사구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즉 다음과 같이 쓰일 때 바로 쓰인 것이다.
(3) 가능한 일을 찾아보다.
(4)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다.
(3)에서는 '가능한'이 명사 '일'을 수식했고 (4)에서는 '가능한'이 명사구 '모든 수단'을 수식했다. 그런데 (1)에서는 '가능한'의 수식을 받는 명사나 명사구가 없으므로 문법적으로 그르다.
(2)의 '가능한 한'은 '될 수 있는 한'이라는 뜻의 부사구이다. 따라서 그 뒤에는 부사구의 수식을 받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2)에서는 동사 '침묵할'이 부사구 '가능한 한'의 수식을 받고 있다. 부사구인 '가능한 한'을 '가능한'으로 줄여 쓸 수는 없다. '한'이라는 음이 이어서 나니까 뒤의 '한'을 빼고 '가능한'으로 줄이기 쉬운데 줄여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문법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한'의 '한'은 '하다'의 활용형 '한'이고 그 뒤에 나오는 '한(限)'은 그 자체가 명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