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제자의 시를 무단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에 출간된 마 교수의 신작 시집 '야하디 얄라성'에 실린 '말(言)에 대하여'는 제자 김이원(여·43)씨가 24년 전에 쓴 작품과 거의 똑같다. 김이원 씨가 쓴 원작은 지난 1983년 홍익대 교지에 같은 제목으로 실렸었다. 당시 김씨는 홍익대 영어교육과 3학년이었고, 홍익대 국문과 조교수였던 마 교수는 교지 편집위원이었다.
마 교수도 무단 도용 사실을 인정했다. 마 교수는 "옛 홍익대 교지를 우연히 보다가 그때 알고 지냈던 여학생의 시가 너무 아까워서 조금 고치고 그대로 썼다"며 "최근 제자를 만나 사실을 다 얘기했고 별 말이 없어서 양해를 한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이원 씨 얘기는 달랐다. 김이원 씨는 "마 교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가 아까워서 내 시집에 실었다'고 말을 꺼냈다"고 했다. 김씨는 "황당해서 '내가 표절 시비로 고소하면 어떡하려고 하느냐'고 따지자 '미안하게 됐다. 그럼 내 소설 한 권을 주마'고 서재에서 '광마잡담'을 꺼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마 교수가 '빚은 치르겠다.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대학 시절부터 써 온 시 100여 편을 모아 시집 출간을 준비 중이었다고 했다.
-시를 무단도용했다는 걸 언제 알았나.
"12월 초에 전시회 강의를 부탁할 일이 있어 마광수 교수 연구실에 들렀다. 그때 제가 마광수 교수 시집을 들고 갔었다. 시집을 가방에서 꺼내는데, 마 교수가 갑자기 '그 시집(야하디얄라셩)에 네 시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제가 황당해서 '제 시가 있다구요?'라고 되묻자 '시가 멋지다. 너무 아까워서 그랬다'고 했다. '내가 표절시비로 고소하면 어떡하려고 그러냐'고 따지자 마 교수는 한동안 말없이 담배를 피우더라. 그러더니 '그럼 미안해지는데...'면서 자기 소설 한 권을 주겠다고 했다. 서재에서 '광마잡담'을 꺼내들었다. 난 멍한 상태에서 전시회 강의 부탁도 잊고 연구실을 나왔다. 충격을 받아 밤새 잠을 못 잤다.
-마 교수는 그 시를 홍익대 교지에서 봤다고 하는데.
"언제 알았는지는 모른다. 10년 전쯤에 제가 쓴 시 50~60편을 봐달라고 마 교수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 시(말에 대하여)도 그 속에 있었다. 홍익대 교지 편집위원이었으니 그 때 봤을지도 모르고..."
-다른 작품 표절은 없나.
"그렇다. 그 시 한 편이다"
-왜 마 교수가 표절했다고 생각하나.
"모른다. 내 시는 '입에 장미꽃을 문다'라는 시구로 시작한다. 마 교수는 담배를 엄청 피고 특히 '장미'라는 담배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 첫 부분이 와닿았는지도"
-표절 사실을 안 뒤 마 교수와 연락한 적 있나.
"12월 초에 본 뒤, 본 적 없다. 언론에서 취재에 들어가자 전화가 와서 '빚은 치르겠다. 취재에 응하지 마라'고 말한 적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법적인 대응도 고려 중이다. 그러지 않으면 제 2의 마 교수가 나올 것이다.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내 시를 자기 시집에 넣었다는 말, 그 태도에 황당했다. 그 핑계와 변명에 화가 났다. 오히려 '그 시를 집어 넣어서 (시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이 죽었다'고까지 말했다. 나도 시를 쭉 써왔고, 언젠가 시집을 출간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어떻게 함부로 그럴 수가 있는가. 표절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도덕적 불감증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
입력 2007.01.05. 14:04업데이트 2007.01.0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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