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정년퇴임을 하셨지만, 나의 아버진 평생 경찰 생활만 하신 분이다. 아버지 환갑 때던가, 난 아버지의 일대기를 글로 한번 쓰고 싶어졌다. 나만이 드릴 수 있는 각별한 선물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아버지께 이력서 복사본을 받고, 또 아버지와 친구분들께 여쭤보기도 하면서 일대기를 써보았다. 그 뒤 어느 잡지에 실린 그 글을 아버지께 보여드리니 좋아하셨다.
몇 년 전부터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부모님 일대기를 써보도록 했다. 부모님이 어떤 삶을 사셨든 간에 그냥 사실적으로 기록해 보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했다. 출생 때부터 어린 시절, 학창시절, 직장생활 등 인생의 중요 부분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좀 껄끄러운 부분은 살짝 넘어가라고 했다. 불편해하는 학생들도 간혹 있었지만, 대체로 반응은 괜찮았다. 학생들에게, 나중에 부모님 환갑잔치를 하게 되면 손님들 앞에서 그 글을 낭독해보라고 했다.
옛날에는 왕이나 장수, 유명한 사람이 죽으면 전(傳)을 써서 그 사람의 행적을 후세 사람들이 알도록 했다. 시대가 바뀐 지금, 유명하거나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인생을 글로 남겨 남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 나중에 난 ‘아버지 일대기’를 아버지의 영결식 때, 또 추모예배 때 낭독할 것이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 아버지를 기억할 것이다.
글쓰기는 즐겁고도 힘겨운 노동이다. 조금 쑥스럽고 힘은 들겠지만 펜을 들어 부모님 일대기를, 또는 ‘우리 가족 3대사’를 글로 한번 써보자. 비루한 우리 일상이 좀 더 생기 있고 윤택해지지 않을까 싶다.
※1월 일사일언은 지평님 황소자리 대표, 추민주 작가 겸 연출가, 채인선 동화작가, 그리고 권 교수가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