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해년이 다가왔다. 새해 맞을 준비로 여기저기 극성인 세상과는 다르게 마케팅 회사에 다니고 있는 양원범씨(가명,26)는 요즘 무기력하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언론 매체의 수많은 ‘정리’ ‘결산’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자신은 정리 할 것도, 기분도 안 난다는게 이유다. 새해도 아무 탈 없었으면 하는게 그의 한해 계획이라면 계획, 소박하다지만 왠지 무기력함이 묻어나온다.

결산과 계획으로 바쁜 요즘이다. ‘2006년 가장 무엇무엇 했던 일’, ‘2007년 이것만큼은 지켜라’ 등등 많은 언론에서 바쁘게 순위 및 등급을 매겨 쏟아져 나오는 기사마다 화제가 되가 되고 있는 것.

금연, 절주, 다이어트, 재테크 등의 구체적 목표와 계획을 갖고 수많은 사람들이 새해 마음가짐을 바로잡고 있지만 이러한 새해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고 양 씨처럼 계획조차 잡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새해증후군’이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자세가 적극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무기력하며 당장 무슨 일을 하더라도 ‘새해부터’ ‘새해부터’하며 미루는 일이 잦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너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방대한 연말분위기에 숨 돌릴 틈이 없고, 오히려 그 기력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지키지 못할 계획 세워서 뭐하느냐는 이유도 많다.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강대엽 교수는 “이러한 사람은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반발심이 강하다”며 “개인적 차이가 있겠지만 계획을 지키지 못할 것에 대해 미리 방어막을 놓으려는 심리와 가깝다”고 전했다.

계획을 세웠을 때도 문제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내보인 목표가 작심삼일, 일주일로 해서 끝나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 상실감 자괴감으로 하여금 새해증후군은 더 크게 다가온다.

강 교수에 따르면 새해에 사회 분위기는 새롭고, 하지 말아야할 것, 지켜야할 것들로 나누어 단호한 조언을 해주는데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다는데서 오는 상실감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지난 해 직장인들은 새해에 세우는 계획 중 ‘자기계발’에 가장 많이 실패한다고 나타난 바있다. 강 교수는 이에 “자기계발 등의 계획을 잘 지키지 못하게 되는 사람은 완벽하고 너무 세밀하게 지켜려다 보니 원래 지닌 자신의 소양과 어긋나 지쳐버리는 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요즘처럼 사회적으로 정리 하는 의미의 결산과 앞으로의 정부,사회 계획들이 쏟아지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나도 계획 세워야하는데’ 식의 사회분위기에 따라가려는 성향이 강하므로 남들에게 내보일만한 계획, 자신의 위치와는 맞지 않은 목표를 세우게 된다.

이러한 계획이나 목표는 새해 뜰뜬 분위기가 서서히 사라짐과 함께 무산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양대의료원 신경정신과 남정현 교수는 “사회현상은 개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므로 매년 같이 들뜬 새해분위기를 따르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의 하트포드셔 대학 연구팀이 작심삼일을 극복할 해결책을 찾는 실험에 나서, 이를 통해 새해 결심을 지켜내기 위한 최선 최악의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가 연말결산과 새해계획이 대량 방출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자신은 하릴없이 무기력하다고 생각하는 새해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남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새해 마음가짐을 바로잡는데 시간을 투자하지만 현재 자기위치에서 가시적인 목표를 먼저 선정, 점차 이뤄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