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자격증과 증명서를 위조, 유부남이 총각으로 변신하는 등의 ‘인생(人生) 세탁’이 일어나고 있다. 취업을 위해 일부 20대는 가짜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를 이용하고, 미혼남 행세를 바라는 유부남들은 호적등본을 위조한다. 30만원부터 120만원까지 돈만 내면 어떤 위조 문서라도 발급받을 수 있다.

◆인터넷, 가짜 증명서의 천국

20일 D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증명서’라고 입력하자 유명 증명서 위조 카페가 떴다. 카페 대문 화면에는 ‘주민등록증 및 운전면허증, 실물과 100% 동일’, ‘물건 수령 후 3개월 A/S 가능’, ‘졸업증명서, 재학증명서, 재적증명서 모두 가능’, ‘등본, 인감, 초본도 가능’이란 글귀가 적혀 있다.

다른 글은 없고, 오직 연락 가능한 이메일만 공개되어 있다. 기자가 이메일로 연락하자 30분 만에 전화가 걸려 왔다. “대학 졸업증명서를 만들 수 있느냐”고 묻자 업자는 “1시간 이내에 제작해 스캔 파일을 보내주겠다”면서 “위조 상태를 보고 돈을 입금해달라”고 말했다. 주민등록증도 부탁하자 “40만원이면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진짜 같은 가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시세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은 40만원, 이수 과목 및 학점, 평점 등이 기입된 성적증명서는 45만원 수준. 또 기타 자격증은 60만~7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며 호적등본은 100만~120만원 정도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위조 증명서 제작업자 K씨는 “인터넷을 통한 증명서 위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이 장사도 지금은 시스템이 갖춰져 돈을 받기 전에 위조된 증명서의 스캔 파일, 촬영 동영상 파일을 먼저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에서 활동 중인 제작업자가 100명 가량 되지만 실물과 동일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3~4명에 불과하다”면서 “30만원 이하로 가격을 부르면 그건 가짜”라고 했다.

◆누가 이용하나

위조 증명서와 자격증은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가 20일 위조 증명서를 구입한 혐의로 구속한 120명을 보면 여러 연령층과 직업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사·학원강사·방송작가·지역 일간지 간부·취업 준비생·대학생·보험설계사 등이 포함됐고, 위조 증명서를 취업이나 승진 혹은 주변에 과시하기 위해 사용했다.

치과의사인 고씨의 경우 손님들에게 실력 있는 의사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60만원을 주고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임플란트 세미나 수료증을 위조했다. 유부남이면서 총각 행세를 하고 7년간 미혼 여성과 불륜관계를 유지해온 박모(33)씨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탄로나 혼인빙자간음으로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38만원을 주고 미혼인 것처럼 호적등본을 위조하기도 했다.

아직 발각되지 않은 위조 증명서 구입자들 역시 늘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다. 위조 증명서 제작업자가 붙잡히면 계좌 추적을 통해 의뢰자들 역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모씨는 “전문대 졸업 이후 취직이 안돼 4년제 대학 졸업증명서를 구입해서 회사에 제출했다”며 “언제 경찰에서 연락이 올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모(여)씨도 “취업난 때문에 인터넷에서 25만원에 위조된 국내 유명 대학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았는데, 업자들이 구속되면 나도 같이 구속되지 않을지 겁이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