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해가 기울어갑니다. 이틀전 엄용수 등 몇몇 개그맨들과 어울리다 우연히 개그맨 고 김형곤의 미망인(이혼한 전처)이 운영하는 강남의 한 술집에
들르게 됐는데요.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난 봄 타계한 김형곤을 회상하는 얘기가 봇물처럼 쏟아졌습니다.
김형곤은 세상을 떠날 당시 이혼상태여서 더 외로웠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날 얘기를 들어보니 사실은 영국에 유학중이던 아들
도헌군을 매개로 전처와 자주 만나곤 했더군요.
사망하기 바로 전날에도 전화통화를 해 다정다감한 남편같은 면모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사업이 망한 뒤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로 이혼한 상태를
유지하긴 했어도 마음은 항상 전처의 주변을 맴돌았던 것같습니다.
전처는 옛 개그동료들을 오랜만에 만나 김형곤을 얘기하고 추억을 떠올린 탓인지 눈물도 보였는데요. 그러고보니 김형곤이 떠난 지도 어느새 1년이
가까워져가는군요.
김형곤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만, 이날 앞뒤 정황을 들어보니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돼
발생한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우선 의학적으로는 돌연사로 판명이 났지만 김형곤은 사망 며칠전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사고당일 아침에도 누군가는
모르지만 고성이 오갈 만큼 전화로 심하게 다퉜고, 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헬스장에 갔다고 합니다.
잘 알다시피 건강에 치명적인 것이 술이나 담배, 기름진 음식 보다 스트레스가 우위라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데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의
기능이 급격히 혼돈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기계로 치면 원인불명의 오작동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것이죠.
김형곤은 사망 직전 여려가지 일을 벌여놓았고, 사업실패 이후 한때 소원했던 가까운 지인들과도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향후 진로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풀려고 노력했던 것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모른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망 이틀전엔가 방송됐던 모 TV 아침토크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평소와 다르게 꽤 서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처는 밝혔습니다.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해온 입장에서 보면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이 때 이미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건강이상인지는 몰라도 충분한 휴식을 취했더라면 그 같은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것이죠.
▶또 한가지는 김형곤이 운동중독증과 다이어트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었다는 겁니다. 다이어트 사업을 준비중이었기 때문에 동료들과 소주 한잔만
마셔도 살이 다시 찔까봐 금방 조바심을 내고 헬스장으로 직행했다고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망당일 김형곤이 무슨 이유에선지 평소 운동습관을 바꿨다고 합니다. 러닝머신 등 헬스로 땀을 뺀 뒤 사우나를 가던 평소의
습관과는 달리 이날은 들어오자 마자 사우나로 땀을 뺀 다음 헬스를 했다는군요.
아침에 누군가와 심하게게 다툰 뒤 여러가지 복잡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평소 습관 마저 뒤바뀌는 상황이 됐는지도 모르지요.
▶함께 있던 엄용수는 김형곤의 사망원인을 두고 그의 또 다른 습관에서 찾았습니다. 김형곤이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있는 습관이 있다는 겁니다.
평소 김형곤은 화장실에 가면 신문이든 대본이든 읽을거리를 잔뜩 들고 가서 꽤 오랜시간 머무는 습관을 갖고 있었는데요.
엄용수의 말을 빌면 "김형곤은 신문조차도 워낙 꼼꼼히 다 읽는 편이라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내용을 좔좔 꿴다"고 합니다. 시사풍자 대가답게
시사에 관심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대본을 들고 가거나 아이디어까지도 화장실에서 해결할 만큼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죠.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입니다. 김형곤은 화장실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어느
순간 의식을 잃었고, 의식을 잃으면서 앞으로 거꾸러져 문고리에 이마를 크게 다쳤습니다.
전처가 사망소식을 듣고 서울 성수동의 J병원 영안실로 달려가 맨처음 시신을 확인하면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이 이마 부분이었다고 하는데요. 함몰이
될 만큼 크게 상처를 입어 피를 많이 흘렸고, 이미 1시간이나 지난 다음에 발견된 상태여서 회생시키지 못했다고 합니다.< 계속> eel@>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