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때 동네 골목대장이었던 이용열(21·용인대)이 도하 아시안게임 태권도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용열은 8일 오전(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태권도 경기 첫날 남자 라이트급(72㎏급) 결승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2라운드 1분44초 만에 7-0 RSC승(주심 직권승)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용열은 1라운드에서 3-0으로 승기를 잡은 뒤 2라운드에서도 왕하오의 선제 공격을 되받아 차면서 추가 득점을 올려 경기 종료 6초를 남겨 두고 7점차 RSC승을 거뒀다.
이용열의 금메달 사냥에 최대 걸림돌이 된 선수는 이란의 사에이 하디 선수.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과 2004 아테네올림픽 준결승에서 모두 한국 선수들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 ‘한국 태권도 킬러’로 불린다. 이용열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하디와 맞닥뜨렸다. 이용열은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하디에게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었다. 최대 고비였다.
그러나 이번엔 자신이 있었다. 이용열은 큰 키(1m83, 73㎏)를 이용한 상대 얼굴 공격이 주특기. 왼발을 잘 쓰는 데 비해 오른발 공격은 무딘 편이다. 이용열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코치인 용인대 윤상화 교수와 하디의 장·단점을 치밀하게 분석, 앞발 견제에 이은 뒷발 공격에만 대비하면 승산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집중훈련은 여실히 결과로 나타났다. 준결승전에서 이용열이 3대1로 하디를 꺾고 일찌감치 금메달을 예약한 것. 이용열은 어릴 때 워낙 말썽꾸러기여서 부모님의 애를 태웠다. “유치원 때 지나가는 또래 아이들을 아무 이유 없이 때려서 혼나고 그랬어요.” 이용열은 엄마 손에 이끌려 태권도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용열은 이후 수원의 세류초등·권선중학·숙지고교를 거쳐 용인대에 진학하는 동안 태권도에 빠져 살았다. 고비가 없지 않았다. 2004 아테네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라이벌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송명섭(경희대)에게 패해 태권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이용열은 금메달을 딴 뒤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겠다. 베이징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