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하버드대 유학생이 어느 날 교수로부터 “이 강의실에 앉은 학생 중 절반 이상이 100살도 넘게 살 테니 각오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70~80세쯤으로 예상해 세운 인생계획이 100세 인생에는 잘 들어맞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였다. 학생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20~30년 더 산다고 생각하니 결혼, 직업, 재테크, 취미까지 모든 게 다른 관점에서 보이더라고 했다. 옆자리 친구를 80년 더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평균수명이 28세였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100세 수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15~18세기엔 프랑스인 평균수명이 25세였고 지금 가장 오래 산다는 일본인 평균수명도 30세 안팎이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서구 유럽의 평균수명은 37세에 불과했다. 우리도 비슷했다. 김용선 한림대 교수가 묘비들을 분석해 보니 고려시대 귀족은 평균 39.7세, 임금은 42.3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일본의 평균수명은 81세지만, 아프리카 스와질란드는 32.6세다. 미국과 일본에서 2000년 이후 태어난 아기들의 50%는 90세 이상 살 것이고, 100세 이상 사는 사람도 10%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반면 스와질란드는 에이즈 같은 질병과 높은 영아 사망률 때문에 2010년이면 평균수명이 29세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태어난 한국 아기는 앞으로 평균 78.63세를 살 것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나왔다. 이 ‘기대 여명(餘命)’은 여자 81.89세, 남자 75.14세라고 한다. 1960년 평균수명이 여자 53.7세였고 남자 51.1세였으니 45년 만에 여자는 28년, 남자는 24년을 더 살게 됐다. 고려 귀족에 비하면 두 배나 긴 수명이다.
▶극본을 쓸 땐 결말에 가까울수록 장면은 짧게, 행동은 빨라야 한다는 법칙이 있다고 한다. 어릴 적엔 오후 반나절도 영원처럼 길지만 늙어서는 몇 년도 짧은 오후처럼 지나가 버린다. 극작가 크리스토퍼 프라이는 “여든을 넘기고부터는 5분마다 아침을 먹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정신은 어둡고 몸은 쇠하고 주머니는 텅 빈 여생에선 하루하루가 길고 괴롭다. 의학은 죽음을 지연했을 뿐이라는 말도 있다. 장수시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오래 살되 어떻게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이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