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Putin) 러시아 대통령이 국내 극단적 민족주의 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스킨헤드(skinhead)’라고도 불리는 이들 세력은 순수 러시아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을 겨냥해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러시아 내 정치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극단주의와 맞서 싸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적절한 대응조치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푸틴의 이런 발언은 지금까지 스킨헤드와 관련해 나온 발언 중에서 가장 강력한 표현이라고 러시아 언론들은 평가했다.
푸틴은 또 이날, 극단적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청년 2000여명이 지난 9월 카프카스 기업인 소유의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한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북서부 카렐리야 공화국 내무장관을 이고리 알료신(Alyoshin)으로 전격 교체했다. 러시아 사법기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푸쉬킨스키 지방법원은 6일 스킨헤드 ‘매드 크라우드(Mad Crowd·성난 군중)’파를 조직한 루슬란 멜니크(Melnik·20)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의회도 ‘스킨헤드 퇴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가두마(하원)는 극단주의를 정강(政綱)에 포함시키거나 지향하는 정파의 총선 참여 금지를 규정한 ‘반(反)극단주의’ 법안을 최근 찬성 341명, 반대 100명으로 통과시켰다.
러시아 지도부의 이런 강경 방침에는 올 들어 스킨헤드 집단의 수차례 폭행 사례가 최고 수위에 올라, 못 막으면 외국의 투자 감소는 물론 국가 이미지까지 심각하게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실려 있다.
갈수록 대담해지는 스킨헤드 집단들은 지난 4월 처음으로 총기를 사용, 세네갈 유학생 람자르 삼바(Samba)를 살해했다. 또 같은 달 러시아 주재 외국 공관과 기업에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러시아를 떠나지 않는 모든 외국인은 죽인다. 외국인이 러시아를 떠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전역 85개 도시에 5만~6만명의 스킨헤드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