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비디오 보는 걸 좋아한다던데."(강호동)
"그래요, 좀 봐요. 그게 뭐 잘못 됐어요? 그리고 비디오 아니고 DVD로 봐요. 가끔 (인터넷) 공유 사이트도 들어가고 그래요." (4월 SBS 'X맨 일요일이 좋다')
화요비(24)는 ‘가면’이 없다.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녀의 매력에 빠지지 않기는 힘들다. 가수 박화요비는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게스트 ‘화요비’를 모른 체 하고 넘어가진 못했다.
24일 장충체육관에서 그런 그녀의 매력이 돋보이는 무대가 마련된다. ‘화요비 콘서트―키스를 닮은 크리스마스’. “같은 장소에서 올해로 4년째인데 지난 3년간은 전석 매진이었다”며 “흥흥흥” 웃기 시작한다.
“연인 분들 오시면 프러포즈의 장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있어요. 사연 보고 선별해서 하는데 어떤 청탁도 받지 않습니다. 전에 제 친구 부탁도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삐쳤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뭐 공정한 게 좋은 거니까.” 자신은 너무나 진지하지만, 듣는 사람은 호흡 긴 콧소리와 독특한 발음, 특유의 솔직함 때문에 웃을 수밖에 없는 게 화요비만의 화술이다.
‘화요비처럼 솔직하게’ 말하자면, 화요비의 평소 발음은 정확하지 않다. 콧소리가 많이 섞인 데다 말끝을 흐리며 웃음으로 맺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포항 출신 토종임에도 그녀는 ‘해외파 R&B 가수’로 오인 받았다. 하지만 노래 속 발음은 똑 부러진다. 나름 철학이 있었다. “R&B라는 장르의 특징상 한글을 영어처럼 굴려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좋지 않아요. 정확한 발음, 가사 전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녀의 솔직함은 실수일까, 의도일까. “저도 여자 연예인이 방송에서 지켜야 할 ‘FM’ 정도는 알아요. 하지만 팬들을 위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야죠. 꾸며진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면 슬픈 일이죠. 이런 경우에요. 남자가 절세 미인이랑 결혼했다고 생각했는데 신혼여행 가서 화장 지운 모습을 보고는 못 알아봤다는…. 그럼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요즘 화요비의 모습에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 그 좋은 음색으로 오롯이 노래만 불러줬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는 골수 팬들이다. 사실 히트곡 ‘전화해줘요’, ‘어떤가요’, ‘Lie’ 등에서 보여진 폭발력과 세기(細技)는 분명 어느 가수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애착이 가는 연예인을 자신이 바라는 이상향에 놓아두고 싶어하는 분들이 좀 있는데, 에휴, 제 자체가 이런데 뭘 어쩌겠어요?”
실제 성격이 궁금해졌다. “좋은 사람에게는 다 퍼주고 미운 사람에게는 눈도 안 마주친다”고 했다. “뭐 저 하나 그런다고 그 미운 사람 인생에 별 지장은 없겠지만….” 화요비가 싫어하는 인간형 중 하나는 경조사 안 챙기는 사람. “옛부터 내려오는 전통, 경조사 이런 거 되게 중시해요. 좀 보수적인가요? 우하하하 되게 웃기죠. 웃기는 애라니까요.”
화요비는 13년간 피아노를 쳤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할 예정이었으나 포항 MBC 라디오가 주최한 ‘별밤 뽐내기 대회’에서 우승한 뒤 기획사에 발탁돼 가수의 길을 걸었다. 아버지의 반대가 거셌다. “어, 음, 제가 감성이 풍부한 아이라 연예계에서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하셨겠죠. 뭐 또 그 동안 피아노 가르치느라 들인 돈도 생각 나셨을 테고.”
“평생 노래하며 살 생각이죠?” “제 인생에 노래는 진짜 친한 친구에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니까. 노래가 자꾸 저한테 상처를 주고 저를 배신한다면 어떻게 할지….” 그녀는 또 섣부른 예상을 부숴버렸다.
▲ 너무나 솔직한 그녀, 가수 화요비 / 조선일보 사진부 |